빨간 네온 십자가로 사계절 루미나리에를 이루고도 골목마다 새로운 교회는 늘 '개척' 중이다. 개신교의 복음이 도래하고 12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 교회는 여전히 팽창에 목마르다. 이에 대한 사회의 피로도, 또는 거부감은 통계로 확인된다. 통계청 인구 센서스(2005)에서 개신교는 유일하게 교인 수의 감소를 보였고, 한국갤럽의 종교의식 설문(1984~2004)에서도 개신교의 신뢰도는 눈에 띄게 낮았다.
이원규(61ㆍ사진) 감로교신학대 종교사회학과 교수가 이런 사회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개신교의 고질을 짚는 책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 (KMC 발행)과 <힘내라 한국교회> (동연 발행)를 동시에 냈다. 힘내라> 한국교회의>
"이제 덜어내야 합니다. 개척과 전도보다는, 스스로의 기득권과 폐습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대형교회를 위주로 개신교는 엄청난 인적ㆍ물적 자원을 축적했지만, 그것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개(個)교회주의에 갇혀 있어요."
이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첫째 문제점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성장주의'를 꼽았다. 성장을 위해서는 희생과 봉사라는 기독교의 본질보다는 교인들의 기복(祈福)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구체적 삶의 자리에서 신앙을 무용지물이 되게 한다는 것. 그는 "기독교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신앙이 생활과 문화에 녹아 들어 있는데, 한국 교회는 믿음과 실천의 일치에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며 "그것이 개신교에 쏟아지는 비판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을 "개신교가 회복해야 할 종교의 세 가지 핵심"이라 규정하는 이 교수는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교회를 대안으로 들었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면서 조직이 아닌 인간을 섬기기 위해서는 그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독립교회들에 대해서는 "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독립교회들은 합리주의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슴의 종교'인데 반해, 우리의 독립교회는 지나치게 지적인 분위기라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 시대에도 개신교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물질적 충족과 정치적 안정만으로 사람들의 삶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생명이 파괴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그런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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