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금융권에서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올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고 연 5%가 넘는 특판 예금상품을 쏟아내자, 예금 이탈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까지 인상 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이 최고 금리가 5.12%(1년 기준)에 달하는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 5%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 금리가 치솟았던 2008년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이 고금리 경쟁에 나선 이유는 뭘까. 금융당국이 대출규제 등 돈줄을 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4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는 했지만 예금에 대한 대출비율(예대율)을 100%로 규제키로 했는데, 단기간에 대출을 회수할 수 없는 은행으로서는 이 비율을 맞추려면 예금유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예대율은 112.4%에 달한다"며 "당분간 은행들의 예금유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4일 '2010 희망 새출발 정기예금 특별 금리 행사'를 실시하면서 연 5.0%의 최고금리를 제시했다. 이 은행에 따르면 상품 출시 이틀만에 당초 한도(1조원)에 육박하는 8,500억원이 유치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21일'고객사랑 정기예금'을 내놓은 국민은행은 최고 연 4.9%를 제시했는데, 하루 평균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려 6일 현재 수신액이 6조원을 넘어섰다.
경쟁은행의 추이를 지켜보던 우리은행도 최근 전략상품인 '키위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이전보다 0.3%포인트 올린 연 5.0%로 결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말 상품 출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금리 경쟁은 저축은행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때문에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저축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 실제로 프라임저축과 W저축 등은 올들어 우대금리를 0.2~0.5%포인트 정도 올리며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특별한 금리인상 요인은 없지만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형편이다"며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 사정이 취약한 일부 저축은행은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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