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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탈문화재 환수에 온 역량을 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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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탈문화재 환수에 온 역량을 쏟자

입력
2010.01.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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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행정법원이 그제 외규장각 도서 반환 불가 판결을 내렸다. 이 문화재의 귀환을 갈구해온 우리로선 통탄할 일이다. 프랑스 법원의 불가 논리는 기막히다 못해 해괴하다. 판결의 핵심은 약탈품도 국가 소유라면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약탈품이든 도굴품이든 상관없이 현재 국가재산으로 등록됐다면 정부는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범죄를 통해 취득한 물건을 용인해 주는 법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소송 과정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품이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외규장각 도서를 피해국인 한국에 돌려주도록 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였다. 국가재산으로의 귀속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프랑스의 양심이 살아 있다면 최종심까지 이 판결이 유지되어선 안 된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한 문화재를 원소유국에 돌려주는 것은 국제적 추세다. 국가 차원은 아니지만 미국 예일대가 마추픽추 유물 4,000여점을 페루에, 폴 게티 미술관이 아프로디테 조각상 등 고미술품 40점을 이탈리아에 반환했다. 도쿄대도 조선왕조실록 47책을 우리나라에 돌려줬다. 2008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가 불법 약탈 문화재의 원소유국 반환을 촉구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 '교류ㆍ대여'합의(1993년)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자국 이익과 사정만 내세워 외국과의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 대국답지 않은 신의 없는 자세와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 패권주의적 태도는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살 뿐이며,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프랑스 정부는 알아야 한다.

정부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약탈 문화재 반환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중국 그리스 등은 범정부 차원에서 해외 문화재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이루어진 약탈 문화재 반환도 각국 정부의 적극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민족 유산의 복원과 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화재 반환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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