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기간 별거해왔다면 결혼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상대 배우자가 혼인관계 유지를 원치 않으면서도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
대법원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다 가출해 11년간 별거해 온 이모(43)씨가 남편 김모(47)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별거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상당부분 약화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남으로써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점을 고려할 때,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청구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1990년 김씨와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뒀지만, 김씨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불화를 겪다 1997년 가출해 11년 간 따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2007년 다른 남자를 만나 지금껏 동거해오다 딸까지 낳자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손왕석)도 최근 노래방 도우미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남편 김모씨가 아내 조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부부관계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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