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나라살림이 어려운 속에서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상당해 1인 당 GDP의 27%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심각한 우리 사회의 이념ㆍ계층ㆍ지역ㆍ세대 간 갈등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사회통합위원회를 발족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과거 정권에서도 사회정화위원회, 제2건국위원회,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만들어져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갈등 발생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킨 측면도 있어 우려가 된다.
갈등 일으켰던 과거 위원회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제2의 출발점으로 결정했다면, 임기 내에 반드시 국민통합에 관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통합은 정부나 대통령만의 일이 아니며 전 국민이 해야 할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가의 발전전략 못지않게 국민의지를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민통합이라는 대의명분에만 사로잡혀 취임 후 2년이라는 세월을 별 성과 없이 보낸 만큼 앞으로는 진지한 성찰에 입각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갈등은 상존한다. 특히 다원화,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이런 갈등이 제도와 문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 오히려 사회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과 견해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거나 이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데서 오는 갈등은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상대방의 이익이 나의 손해라는 생각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인식하는 협상론적 시각을 공유해야 한다. 갈등을 수용하는 새로운 사회통합 문화의 정립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양상을 보면 세종시 계획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롯해 미디어법, 노조법, 심지어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도 이념이 개입되는 모습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급박하게 살아오며 남북갈등, 동서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으로 점차 그 범위가 확산되고 골이 깊어진 셈이다. 이 같은 이념 과잉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기 쉽다.
우리 사회가 국민통합 정책으로 성숙된 문화를 꽃피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모든 정치인은 지역감정을 조장해 이득을 보려는 당파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동안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에 매달려왔다. 심지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당의 경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치인들도 지역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공약을 가지고 승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신문과 방송은 지역감정과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는 통합선진문화 창달에 앞장서야 한다. 각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기사를 싣는 것이 지역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중앙이나 지역의 언론매체들은 국민통합문화 창출에 기여하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자발적 국민제안 수렴해 가야
셋째,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높은 도덕 의지로 솔선수범하여 국민통합문화 형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뿌리깊은 지역갈등은 지식인층이나 상류층이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갈등을 방치하고 오히려 심화시켜 왔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사회통합 패러다임은 자발적이며 설득적인 참여문화가 중시되어야 한다. 사회통합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자발적인 국민제안과 의견수렴을 위한 소통문화를 강화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상호이해와 신뢰지수가 높은 선진 국민통합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자.
이서행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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