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는 올려야 한다. 29년 동안 묶여 있고, 일본이나 영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영방송이면서 재원의 40% 이상을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기형적 운영구조를 바꾸고, 질 높은 프로그램과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라도 안정된 재정 확보와 확대는 필요하다.
KBS 수신료 인상 얘기만 나오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꺼내 드는 단골카드는 KBS가 먼저 독립성과 공정성, 공익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시청자들도 기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객관성과 품격을 잃어버린 방송,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방송이라면 한 푼도 아깝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제기된 수신료 인상계획이 번번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KBS 역시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인규 사장이 신년사에서 "KBS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올려주겠다고 할 것이며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 수신료 인상이 먼저냐, 변화된 모습이 먼저냐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KBS가 두 가지만은 꼭 먼저 보여 주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 또 하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의 효율화다. 두 가지 다 돈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이라면 시청자들도 믿음을 가질 것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말대로 수신료를 지금의 2배인 5,000원으로만 올려도 KBS는 1년에 5,000억원을 더 확보해 일본 NHK처럼 질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올해부터 시작하는 3D(차원)방송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KBS가 조만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한다니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반은 이를 보고 난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수신료 인상과 KBS의 광고 축소가 앞으로 도입될 종합편성채널의 광고를 위한 배려라는 주장은 성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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