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일요일인 3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부산 최대 사찰인 범어사를 찾았다가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 범어사 주지인 정여 스님이 정 대표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인담'(仁潭)이라는 아호를 지어줬다. 정 대표는 "'어질 인'자에 '못 담'자로 모든 것을 품어 안는 연못처럼 어질고 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호는 정치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서 지향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호는 자신의 본명 이외에 사용하는 이름인 호(號)를 높여 부르는 말로 다른 사람이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호는 '청계'(淸溪)이다. '맑은 계곡'이란 뜻이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기 전 서예가 취운 진학종 선생으로부터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이후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대선 승리를 이뤘다. 이 대통령에게 '청계'는 꿈과 성공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셈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2008년 6월 의장으로 내정된 후 찾은 범어사에서 '청송'(淸松)이란 호를 받았다. 김 의장은 '곧은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라'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호는 '진촌'(鎭村)이다. 어린 시절 고향인 전북 진안에서 고생했던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진짜 촌놈''진안 촌놈'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경사'(俓史)란 호를 쓴다. '곧은 역사'라는 뜻으로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이 총재의 성격이 읽혀진다. 그의 별명인 '대쪽'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즐겨 쓰는 아호가 없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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