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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탄강의 비경 '주상절리' 한겨울 마법의 알…동굴아 예쁘게도 낳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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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탄강의 비경 '주상절리' 한겨울 마법의 알…동굴아 예쁘게도 낳았구나

입력
2010.01.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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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강에 오리산이란 곳이 있다. 휴전선과 가까워 남한 땅에서도 육안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야산이다.

해발 453m밖에 안되지만 '한반도의 배꼽'이란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있다. 30만년 전 오리산은 꾸역꾸역 엄청난 양의 용암을 토해냈고 평강 철원 김화 등 무려 650㎢에 달하는 지역을 용암의 바다로 만들었다. 이 용암이 식으면서 광활한 용암대지가 만들어졌다.

그 현무암의 땅을 흐르는 물줄기가 한탄강이다. 현무암은 침식에 유독 취약하다. 물은 마치 조각칼처럼 용암대지를 깎아냈다.

한탄강이 다른 강과 달리 수직의 단애를 이루고 있는 이유다. 물에 깎인 용암대지는 곳곳에 연필 모양의 시커먼 바위기둥이 뭉쳐 이룬 주상절리의 절경을 펼쳐놓았다. 거대한 용암줄기가 급하게 식으며 생긴 것이다. 거칠게 뿜어져 나왔던 용암의 분노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다.

적벽을 연상케하는 전곡 주상절리

물과 용암이 빚은 주상절리를 찾아 한탄강 근처로 길을 나섰다. 처음 찾아간 곳은 경기 연천 차탄천변의 전곡 주상절리. 차탄천은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중 하나다. 전곡 읍내와 멀지 않은 장진교 옆에 40m가 넘는 높이의 주상절리대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장진교 밑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주상절리대 쪽으로 다가갔다. 주변 벽돌공장의 어수선함을 흰 눈이 가려주고 있었다. 금속성 소리가 날듯한 청명한 하늘에선 기러기떼가 V자 대형으로 날아갔다.

천변으로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길이 이어졌다. 바퀴자국을 따라 걸어 들어가 드디어 주상절리대 밑에 섰다.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보니 위압감이 더했다.

삼국지의 적벽을 연상케 할 정도로 웅장했다. 길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물 건너편으로 또 다른 주상절리대가 병풍을 치고 있다. 머리에 눈과 소나무를 이고 있는 수직단애의 풍경 위로 수리 한 마리가 겨울 바람을 희롱하며 맴돌았다.

신비의 궁전 같은 비둘기낭

다음에 찾은 주상절리 비경은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에 있는 비둘기낭이다. 한적한 마을의 버스 종점에 있는 가게에 들렀다.

난로 가에서 막걸리를 들이키고 계신 할아버지께 길을 여쭸더니 한겨울에 왜 비둘기낭을 찾느냐며 의아해하신다. 그 분이 일러 주신 대로 길을 찾아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바닥에 발자국을 내며 찾아간 비둘기낭. 상수원보호구역이란 팻말과 출입을 막으려고 설치한 윤형철조망이 그곳에 비둘기낭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비둘기낭은 원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통제되던 곳이다. 지금은 주민들의 식수를 대부분 팔당에서 끌어와 취수장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철조망을 나무기둥이 누르고 있어 쉽게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

갑자기 푹 꺼진 협곡 안에 정말 비둘기 둥지처럼 생긴 둥근 공간이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신비의 궁전인 것처럼 놀라웠다. 높이 10m 가량의 폭포는 물이 말라 바위만 드러냈지만 그 밑 청초록의 소는 맑은 물을 담고 있었다.

소 옆으론 둥근 동굴이 뚫려있다. 멀리서 보니 동굴 안에 하얀 막대기 같은 것이 여럿 서 있었다. 혹시나 무속인들이 찾아와 기도를 드리며 켜놓았던 초들이 아닌가 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초가 아닌 얼음기둥이었다. 석회암동굴의 석순처럼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대로 얼어붙어 만든 얼음순이다.

동굴 밖으로 나와 비둘기낭 한가운데에 섰다. 주상절리 바위 사이에 나있는 수많은 크랙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것들은 그 틈이 너무 벌어져 금세라도 돌들이 떨어져 내릴 것 같다.

비둘기낭 바닥을 메운 돌무더기들도 다 그렇게 떨어진 것들이다. 주상절리는 오랜 시간 허물을 벗듯 용암의 거친 기억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한여름 초록이 싱그러울 때면 청정한 물이 가득 찼을 비둘기낭. 지금은 한겨울의 텅 빈 울림뿐이다. 바람 한 자락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흰 눈을 날렸다. 용암의 흔적이 만든 빈 공간 위로 수 십만 년 전 화산의 이야기가 맴돌았다.

순백의 정적 화적연

비둘기낭의 감동을 가슴에 안고 다시 달려간 곳은 한탄강 한가운데에 있는 화적연이다. 포천시가 '영평 8경' 중 제1경으로 꼽는 절경이다. 수직의 주상절리를 스치고 흐르는 강물 한가운데서 솟은 커다란 화강암 바위다.

좁게 흐르던 한탄강이 이곳에서 갑자기 넓어지며 크게 돌아 나간다. 얼어붙은 강물 위에도, 용처럼 생긴 화적연 바위 위에도 하얀 눈이 덮었다. 사선으로 내리친 빛에 흰 눈이 반짝였다. 순백으로 가득한 강 풍경에 마음도 하얗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곳의 아름다운 주상절리는 기묘한 화적연과 황홀한 설경에 그만 빛을 잃고 말았다.

■ 여행수첩

차탄천변 전곡 주상절리나 비둘기낭. 화적연 등은 모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모두 주변에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다.

차탄천변 주상절리는 전곡 읍내와 가깝다. 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 동두천을 지나 전곡까지 간다. 전곡 읍내에서 좌회전, 322번 지방도를 타고 군남 방향으로 1km 가량 가면 장진교다.

다리 밑으로 마을을 잇는 도로가 연결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 또 다른 낮은 다리를 타고 물을 건넌다. 천변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길은 개나 오리를 키우는 농장에서 끝나니 더 들어갈 필요는 없다.

비둘기낭을 가려면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 시내를 지나 철원 방향으로 달린다. 산정호수 인근의 운천사거리에서 좌회전, 722번 지방도를 탄다. 소회산리를 지나면 '비둘기낭마을'이란 간판을 내 건 대회산리 마을을 만난다.

마을 안으로 쭉 들어가 버스 종점의 가게를 끼고 표지판의'비둘기낭마을 1길'방향으로 약 200m 가량 걸으면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만난다.

다리 건너지 말고 물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100m 가량 가면 상수원보호구역이란 팻말이 보인다. 팻말 오른쪽 철조망을 건너가면 비둘기낭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눈과 낙엽으로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화적연은 비둘기낭에서 나와 다시 43번 국도를 타고 철원방향으로 가다 운천을 1km 가량 지난 3거리에서 좌회전, 329번 지방도를 탄다.

한탄강을 가로지른 근홍교를 넘자마자 좌회전해 들어간다. 중간에 나오는 삼거리에서도 계속 직진, 고개를 넘어가면 군부대 앞 강가에 화적연이 보인다.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068, 연천군청 문화관광과 (031)839-2148

포천ㆍ연천=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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