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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치개혁이다] 정당대표 인터뷰 <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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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치개혁이다] 정당대표 인터뷰 <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입력
2010.01.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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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7일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해 "거대 여당과 강력하게 투쟁하는 제1야당이 대치하는 국회의 고정된 틀을 확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30% 줄이고 중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총재실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극단적 대치를 풀려면 합리적인 제3당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과 관련 "여권의 세종시법 수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 내 세종시 수정 반대 세력, 민주당 등 다른 야당들과 공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종시 수정론을 주도하고 있는 정운찬 총리에 대해 "총리는 때로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각을 세우며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도록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이 16대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반대했던 사실과 관련 "나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와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말을 아꼈다.

-지난해 국회도 여야 충돌로 끝났다. 국회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은.

"정치를 바꾸려면 국회의원 숫자를 현재 299명에서 210명 규모로 축소 조정하고, 소선거구제를중선거구제로 바꾸어야 한다. 중선거구제로 바꿔서 의원들이 지역 사업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틀을 바꾸지 않은 채 말로만 토론하고 타협하자는 것은 소용이 없다."

-국회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게 위해 제3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국회의 극단적 대치를 해소하려면 정도를 걷는 제3당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자유선진당이 지난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뒤론 그런 역할을 못해 안타깝다. 내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던 시절 새정치국민회의와 대립했을 때도 제3당의 존재가 아쉬웠었다. "

-지난해 말 노동관계법의 국회 처리 과정과 개정안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못하고 분규의 소지를 남겼다. 법을 칼로 무 자르듯 정할 수 없고 타협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13년간 시행이 유보됐던 법을 개정하기로 했으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내용이 됐어야 했다. 그런데 새 노조법은 타임오프제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들을 만들어냈다."

-현실적으로 선진당은 충청권 기반 정당이다. 이를 탈피해 전국정당으로 가기 위한 방안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의석을 더 얻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의 외연을 넓히겠다. 당이 정도로 가면 화려한 정책 선전이나 전략 구사를 하지 않더라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제3당의 필요성을 역설하겠다."

-충남지사, 충북지사, 대전시장 등 충청권 3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기대하는 성적은.

"모두 승리하겠다. 목표엔 최소치라는 게 없다."

-탈당한 심대평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어 또 다른 당이 나온다면 경쟁자가 늘어나니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원안 추진이라는 입장을 같이 하는 세력들은 힘을 합해야 한다."

-충청권 출신인 김종필 전 총리와 정운찬 총리에 대한 평가는.

"김 전 총리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정치 선배로서 높이 평가한다.

정 총리의 세종시 관련 발언들을 보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맞추어 가는 것 같다. 총리는 대통령과 화합만 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때로 직언을 해야 한다. 당 태종에게 사사건건 맞서고 직간한 신하 위징(魏徵)이 있었기에 태종이 '정관의 치'라는 칭송을 받는 것이다."

-정부가 11일 발표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골자는 행정부처를 이전하지 않고 대기업, 대학, 연구소를 세종시에 유치한다는 것인데.

"중앙집권제 국가에서 서울 중심의 발전 모델로는 세계 각국과 경쟁할 수 없다. 세종시 계획은 미래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 발전을 위한 선도 사업이다. 일부 부처들이 갈라지면 지금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100년 뒤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세종시는 충청권에 특혜를 주자는 계획이 아니다. 또 정부가 세종시 입주 기업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준다면 세종시 때문에 충청권과 비충청권 사이에 싸움을 붙이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선진당의 대처 방안은.

"정부의 여론 몰이에 대응하고 국회에서 세종시법 개정을 저지하겠다. 세종시 수정 반대 세력은 적지 않다. 한나라당에도 반대 세력이 있고 민주당 등 다른 杉永俑?반대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목표로 행동하면 자연스럽게 공조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정부는 '행정부처를 분산한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며 비효율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부처들이 한 청사에 모여 있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미 우리 부처들도 서울과 경기도 과천 등에 흩어져 있다. 세종시와 서울 도심의 거리는 120㎞에 불과하고 독일 베를린과 본의 거리는 600㎞인데 같이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6대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은 천도 개념이었고 세종시법은 일부 부처를 옮기는 것으로 전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았을 때 나는 정보통신부와 과기처 등 부처 두 곳의 이전 필요성을 이야기 했었다. 세종시 원안의 이전 부처 개수와는 다소 다르지만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적절한 개헌 시기와 방향은.

"개헌이 권력구조 개편 차원에서만 논의되니 답답하다. 21세기 선진화 대비해 국가 구조를 바꾸는 개헌, 세계적 분권화 흐름에 맞추어 지방 정부에 권한을 과감하게 주는 '강소국 연방제'로 가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개헌 시기는 2011년이 가장 적절하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의향은.

"그런 것을 묻고 답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에 몇 가지 변동이 생길 순 있지만, 지금은 특정 당과 연대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한나라당과의 정체성 차이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법치와 신뢰에 기반한 '공정한 보수'와 서민을 위하는 '따뜻한 보수'를 추구한다. 기득권과 연고주의에 얽매여 공정성을 결여하면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그러므로 보수 정당이니 다 합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의 회동 방안도 거론되는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대통령이 서민 정책을 편다면서 시장에는 찾아가지만 정작 정치권에 대해선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한나라당 총재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끔 내게 전화를 했다. 의약 분업 사태 때 내가 갑자기 면담을 신청해 곧바로 만난 적도 있다.

또 G20 정상회의 유치와 원전 수주 등은 좋은 일이지만, 정권이 너무 자축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 걱정된다. "

-바람직한 경제 정책 방향은.

"실물 경제와 서민 경제는 여전히 굉장히 어렵다. 금융위기 때 정부가 돈을 많이 푼 결과 당장 위기를 넘겼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출구전략 등 숙제가 남아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돈을 퍼붓는 사업들을 하다 보니 국가 부채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 정부가 돈 잔치만 하고 임기를 끝내 다음 정권에 힘든 일들을 떠넘길까 걱정이다."

-올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처럼 말 잔치를 한다면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정상회담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다만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 · 납북자 송환 문제 등을 반드시 의제로 다뤄야 한다. 또 대북 지원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 이회창의 2010/ 정치적 입지 다시 넓힐 시험대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2009년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 8월 심대평 전 대표와 당 소속 일부 자치단체장 등의 연쇄 탈당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동시에 국회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으며 10월 재보선에선 참패했다.

하지만 2010년은 이 총재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총재의 소망이 이뤄질지 여부는 세종시 정국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 같다. 이 총재는 세종시 수정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선진당이 세종시 수정 반대 세력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이 총재의 존재감이 달라질 수 있다.

지방선거는 더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선진당이 충청권에서 선전하면 이 총재는 충청권 맹주의 위상을 재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이 총재는 선진당에 붙은 '충청 정당'이란 꼬리표를 떼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선 수도권 등 비충청권 지방선거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한다. 하지만 충청권에서조차 지방선거 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이 선진당의 현실이다. 이 총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후보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지만 지방선거는 늘 이렇기 마련"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제왕적 총재''폐쇄적 정당의 보스'라는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도 숙제다. 그는 "2월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총재 직함부터 없애고 열린 정당 체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광덕 정치부장

정리=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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