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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좌우의 분리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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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좌우의 분리와 소통

입력
2010.01.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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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멘델의 유전법칙과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을 거쳐 인간유전체 계획의 완성으로 마무리된 유전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 생물학의 화두는 뇌 과학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는 단순한 연구 대상의 이동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뇌 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사실들 중에는 유전법칙처럼 단순한 원인과 결과의 도식으로 설명할 수도, 상식으로 이해할 수도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절이 치러야 할 심각한 대가

새로운 해석과 설명을 요구하는 발견들은 주로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는 질병을 앓고 있거나 인위적으로 어떤 부위를 손상시킨 환자들에 대한 관찰에서 나온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심한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뇌의 왼쪽과 오른쪽을 이어주는 뇌량(腦梁)이라는 부분을 절제한 환자들의 사례다. 이 부위를 절제하면 한 쪽에서 시작된 신호가 반대편으로 전달되지 못하므로 간질의 발작 증세가 크게 완화된다. 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와 추리에 능하고 우뇌는 패턴 인식과 예술적 소양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우의 뇌가 분리된 환자의 왼쪽 뇌에 모자의 영상을 입력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물으면 즉각 모자라고 대답하면서 오른쪽 뇌에 그 신호를 주면 대답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영상을 보여주고 본 것을 지적하라고 하면 정확히 모자를 집어내는 것으로 보아 좌우의 뇌가 분업을 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더 재미있고 심각한 현상도 있다. 좌뇌에 닭의 발톱 영상을, 우뇌에는 눈에 덮인 집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여러 그림을 보여주면서 방금 본 것과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내게 한다. 닭의 발톱을 본 좌뇌의 영향을 받는 오른손은 닭을 집어내고 눈 덮인 집을 본 우뇌의 영향을 받는 왼손은 삽을 가리킨다. 그러나 어째서 삽이 방금 본 것과 잘 어울리는지를 물으면 눈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대신, 즉각적으로 발톱은 닭의 한 부분이고 닭장을 청소하려면 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좌뇌는 눈 덮인 집을 보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선수라는 말이다.

이런 현상을 작화증(作話症)이라고 하는데 양 뇌가 분리된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된다. 좌우의 뇌가 독자적으로 인지와 행동을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기능은 좌뇌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좌우의 뇌가 분리된 환자들은 두 손이 하는 일이 조화롭지 못해서 한 쪽 손이 집어 든 옷을 다른 손이 다시 옷걸이에 걸려고 하는 현상도 관찰되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좌파와 우파라는 말은 프랑스혁명 이후 소집된 국민공회에서 귀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적 왕당파가 오른쪽 의석에,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진보적 공화파가 왼쪽에 앉았던 사실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이후 공화파가 정권을 잡게 되지만 이 역시 급진적 자코뱅당과 보수적 지롱드 당으로 분열되었고, 그들이 각각 좌우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좌와 우는 진보와 보수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져 오늘에 이른다. 좌와 우는 쪼개도 다시 양 극으로 나뉘는 자석과 같은 것인가 보다.

발본 색원보다 소통을 화두로

지금의 야당이 집권했던 시절을 흔히들 좌파정권이라 부른다. 그리고 현 정권은 그 흔적을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우파의 신년회에서는 올해의 지방선거를 좌파의 뿌리를 완전히 뽑을 기회로 선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새는 좌우의 양 날개로만 날 수 있으며 뇌는 좌우의 합작으로만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좌우의 뇌가 분리된 환자가 스스로의 목을 조르거나 이치에 닿지 않는 이야기를 꾸며낸다는 사실도 예사롭지만은 않다. 원인과 결과가 명쾌하게 분리되는 유전학의 시대를 넘어 복잡함과 새로움이 강조되는 뇌 과학의 시대에는 발본색원이 아닌 소통을 화두로 삼고 살아갔으면 한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인문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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