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내린 가격은 변함없이 낮은 가격으로 드립니다. 타 할인점의 전단광고 상품은 이마트에서 더 싸게 준비하겠습니다.'
연초부터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뜨겁다. 7일 신세계 이마트가 조간신문 광고를 통해 삼겹살, 즉석밥, 세제, 우유, 계란 등 생필품 12개 품목의 가격인하를 선언했다.
이마트의 업계 최저가격선언은 2000년대초 대형마트간의 '최저가 보상제'의 재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이런 발표에 대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 역시 동일 품목의 가격을 최소한 이마트와 같거나 낮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가격전쟁 2라운드가 도래한 것이다. 이들 업체의 가격전쟁의 수혜자는 일단 소비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영세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협력업체 납품가를 둘러싼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먼저 포문을 연 이마트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할인된 가격을 유지하고 인하 범위를 연내에 전 상품군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투입, 자체 마진을 줄인다는 계획까지 세워뒀다.
이마트가 가격인하를 하겠다고 밝힌 12개 품목의 할인폭은 6일 판매가격 대비 4%에서 최대 36.8%다. 100g에 1,550원이었던 국내산 삼겹살은 980원으로, 1,500원에 판매되던 국내산 돼지목심 100g은 960원으로 내렸다. 5,090원이었던 24개들이 오리온 초코파이 한 상자는 4,580원이 됐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제시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는 오히려 자사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마트의 할인정책에 맞춰, 이날부터 기존가 1,880원이던 국내산 삼겹살 100g을 970원으로, 국내산 돼지목심 100g은 1,780원에서 950원으로 인하했다.
홈플러스도 마케팅부문과 상품부문 관계자들의 회의를 거쳐 8일부터 이마트와 비슷하거나 더 싼 수준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할 방침이다.
신년 벽두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3사의 가격전쟁은 온라인쇼핑몰, 백화점 등 다른 업태와 비교해 뚜렷한 성장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업계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 수준의 고급화에 주력하면서 정체성을 잃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자기 반성의 조치이기도 하다. 포화상태에 달한 대형마트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하려고 했던 기업형슈퍼마켓(SSM)도 지역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결국 기존 매장의 매출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제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게 반응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영세업체들의 매상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안게 됐다. 또 납품업체와의 협력관계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이번 대형마트 3사의 가격인하 경쟁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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