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무늬 스카프라도 한 장 장만해야겠다. 경인년 호랑이 해, 동화 속 무섭거나 익살스러운 호랑이들이 패션에서도 제 세상을 만났다. 호피 무늬를 비롯한 애니멀 프린트가 스카프는 물론 외투, 레깅스, 블라우스, 핸드백, 구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오파드라고 통칭되는 호피무늬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올해는 다양한 프린트 기법을 통해 현대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호피무늬의 유행은 12간지를 쓰지 않는 서구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엄밀한 의미에서 호피무늬의 유행은 호랑이해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세계적인 패션트렌드와 관련 있다. 안수경 에이다임 패션트렌드 연구원은 "1980년대 강인한 여성상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지난 가을에는 뾰족하게 솟은 어깨로 나타났고 겨울엔 레오파드 패턴으로 변주되는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는 호랑이해가 겹치면서 호사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것이 호피 바람을 더 부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호피무늬는 포인트 정도가 아니라 옷 전체에 올오버(all- over) 프린트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이다. 또 가장 호피와 가까운 갈색이 많이 등장한 것도 특징적이다. 해외 컬렉션에서 선보인 호피패션이 현란한 형광색 염색을 곁들이고 실크와 패치워크 작업을 통해 색면효과를 강조하는 등 좀 더 인공적이고 대담한 느낌을 강조하는 반면 국내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더 중시한다. 이현민 패션플러스 MD는 "전에는 블랙&화이트가 대세였지만 올해는 호피 본연의 색상을 강조해서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와 동물성을 살리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프린트는 호피의 특징인 가로 줄무늬, 표범류의 동그라미 얼룩무늬 등이 다채롭게 활용되지만, 액체에 번진듯한 혹은 딱딱한 물건에 쓸려서 스크래치가 발생한 듯한 이미지를 담은 제품들이 보다 세련된 감각을 자랑할 수 있다.
여성복 비키의 호피무늬 점퍼는 최근 인기 있는 가죽 소재 라이더재킷에 갈색과 검정이 섞인 프린트를 넣어 만든 제품으로 활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해준다. 에고이스트의 미니 원피스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담아 눈길을 끌며 매긴나잇브릿지의 검정과 파랑이 섞인 호피무늬 롱니트는 인공적인 염색이 발랄한 감각을 살려준다.
호피무늬는 의류만 아니라 액세서리에도 다양하게 선택되고 있다. 레깅스와 가방, 여성용 타이, 시계 등이 대표적인 품목. 특히 호피무늬 레깅스는 긴 니트나 재킷 아래 받쳐입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패션감각을 자랑할 수 있고 칙칙한 겨울 옷차림에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인기다. 자라 망고 등 대부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내놓고 있다.
여성복 플라스틱아일랜드의 호피무늬 클러치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광택 있는 소재를 사용해 화려함을 더한 제품이며, 에고이스트의 앙증맞은 리본 모양 체인백은 고급스러운 소재에 스터드 장식을 달아 캐주얼하면서 세련된 감각을 자랑한다. 스와치에서 내놓은 황금 호랑이 시계도 젊은이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호랑이 컨셉 제품이다. 황금색으로 장식된 다이얼의 한 가운데에 호랑이 호(虎)자를 새겼으며 작은 호랑이 인형도 딸려 있다. 국내 90개 한정 판매된다.
호랑이가 뜨면서 검정색 뿔테에 밀려났던 호피패턴 선글라스들도 새롭게 주목 받는다. 빈티지라인으로 유명한 린다 패로우의 레오퍼드 패턴 보잉선글라스는 패션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과 컬래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것으로 기존 보잉 스타일과는 차별화된 따뜻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호피 패션은 개별로는 섹시하지만 모아 입으면 어지럽다는 말이 있다. 워낙 화려하고 존재감이 강한 제품인 만큼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새겨 듣자.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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