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원화가치와 물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高)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35.4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8년 9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낮은 원화가치와 저유가, 저금리 등 이른바 '3저(低) 효과'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회복세가 빨랐다. 내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환율 효과는 수출 경쟁력을 키운 일등공신이었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달러화 약세와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돼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제유가 급등에 한파와 폭설이 겹치면서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 달러화 약세와 경기회복 기대감에 유가는 15개월래 최고로 치솟았고 배추와 열무, 시금치, 오이 등 농산물값도 최근 1주일 새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여기에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려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동결됐던 공공요금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생활물가까지 치솟으면 서민가계의 주름살은 더 깊어지게 된다. 금리인상 또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70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서민가계의 부실과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연결되기 쉽다.
어제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출범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국민들의 고통 감내로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했지만, 고용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등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다. 3고 역풍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면 새해를 확실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경제 전반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당국은 환율ㆍ물가ㆍ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적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업과 가계도 구조조정 및 재정 건전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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