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급식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정 급식법 시행이 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교육계 혼란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급식법 시행이 코 앞에 닥쳤는데도 서울 지역 상당수 학교들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시민 단체가 직영 전환을 거부한 교장들을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논란은 오히려 가열되는 양상이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급식법 적용 시한인 19일까지 직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학교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법 시행에 따라 모든 학교가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도 학교장들이 이행을 거부하고 있으며, 만약 직영 전환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시도교육감도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교육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개학 때까지 충분히 직영급식 전환을 끝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06년 수도권 지역 학교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올해 1월부터 모든 학교의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토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경우 2009년 말 현재 위탁 급식에서 직영 전환을 신청한 학교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371개 가운데 295개(79.5%), 고교 304개 중 261개(85.9%)는 여전히 위탁급식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사립중의 경우 급식 대상 109개 학교 가운데 불과 8개만이 직영급식을 운영할 정도로 직영 전환이 저조한 실정이다. 초등학교는 584개 대상 학교 가운데 대부분(579개교, 99.1%)이 직영 급식을 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장연합회 이사장인 이기봉 서울 봉은중 교장은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식대의 단가가 인상돼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각종 인건비 상승 요인이 생겨 학생들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학교 실정에 따라 직영과 위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제 직영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 사립중고교장단 등 일선 학교장들은 지난해 11월 "직영급식 강제 전환을 수용할 수 없다"며 급식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도 직영 및 위탁을 학교 자율에 맡기는 급식법 개정안을 별도로 제출했다. 개정 급식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교육계는 되레 혼란 속으로 빠져든 상황이다.
일선 학교들의 직영 전환 거부가 현실화하면서 시민 단체들의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배옥명 학교급식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위탁급식은 영리 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저가의 수입산 식재료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측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찬성하고 있는 직영급식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위탁 업체와의 결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건강을 지켜 내자는 차원에서 직영 전환을 거부하는 교장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8일 학교급식위원회를 열어 '여건상 직영급식 전환이 불가능한 사유'에 대해 논의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 측은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 여건상 불가능한 사유가 있다면 급식위원회 심의를 거쳐 직영 전환 시점을 유예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시민 단체들은 "급식위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위탁급식을 옹호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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