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기자라면 지금 나오는 금호그룹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일종의 회사채) 사겠습니까? 저라면 안 사겠습니다."
지난 해 5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은행 관계자가 한 얘기다. 그룹 사정에 밝았던 그의 눈엔 금호발행 BW가 좀 위험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당시 창구분위기는 달랐다. 금호산업 BW의 청약 경쟁률은 6대1, 금호타이어는 무려 32대1을 넘었다.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큰손'까지 여러 명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높은 수익률. 연 7~8% 고금리에 신주인수권까지 붙어 있으니,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땅을 치고 있다.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으로 그 BW는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신주인수권은 휴지조각이 됐고, 채권은 원금조차 걱정해야 처지가 됐다.
투자자들은 후회에 앞서 분노를 느낄 것이다. 무분별한 확장경영에 구조조정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채권단 모두에게 화가 치밀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잊었던 것이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크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투자자들은 망각하고 있었다. "설마 국내 8위의 거대재벌인데"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자기최면에 빠져, 오로지 '하이 리턴'만 보고 '하이 리스크'는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당시 BW 청약경쟁률에서 개인보다 기관투자자들이 더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전문성 있다는 금융회사들이라고 해서 개미투자자들보다 특별히 나은 것도 없지 싶다.
모든 손실, 모든 부실은 위험성은 잊고 수익률만 좇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손해 입은 투자자들에게 결코 위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금호사태를 올바른 투자를 위한 값진 교훈으로라도 삼았으면 한다.
경제부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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