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의 흥행 질주가 무섭다. 개봉 20일 만인 지난 5일 700만 고지를 넘었다. 8일께면 역대 외화 최고 흥행 기록(‘트랜스포머’ 743만명)을 갈아치운다. 6일 오전까지 한국에서만 558억원을 쓸어 담았고, 전세계적으로는 10억 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진공청소기처럼 관객들 호주머니 속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적설량을 기록한 4일 하루만도 15만명이 폭설을 뚫고 전국 극장을 찾았다. 이달 말 외화 사상 최초의 1,000만 관객 돌파까지 점쳐지는 ‘아바타’는 과연 어떻게 관객들을 홀린 것일까.
혁명적 기술로 볼거리 제공
3D(입체)영화를 표방한 ‘아바타’는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판도라라는 상상 속 외계 행성의 모습과 외계인의 행동이 마치 실제인 양 펼쳐지는 스크린 앞에 관객들은 넋을 잃고 있다. 이야기의 흡인력과는 별개로 관객들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게 하는 요인이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영화는 탄생 초기 진기한 구경거리로서의 의미가 컸다. 새로운 문물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는 상황을 ‘아바타’가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전혀 접하지 못한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이 관객 동원의 일등공신이라는 주장이다.
‘아바타’가 이뤄낸 기술적 성취는 ‘역사적인 영화’ ‘혁명적인 영화’라는 말까지 끌어냈다. “영화의 역사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로 갈라질 것”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불법다운로드가 횡행하면서 콘텐츠로서 영화의 가치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바타’는 일거에 이를 뒤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심씨는 “기존 영화의 평면성을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한 관객들은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뻔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이야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백인 청년이 외계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종족을 구원하려 한다는 ‘아바타’의 극적 뼈대는 새롭지 않다. 영화 ‘늑대와 춤을’과 ‘포카혼타스’ 등에서 반복됐던 틀이다. 그러나 이야기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뻔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 극적 재미를 안겨준다. 심영섭씨는 “기술적 혁신을 도드라지게 하지 않고 캐릭터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된 영화”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브랜드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타이타닉’으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차지한 카메론의 신도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엔 극장과 거리를 두는 40~50대 중년층을 유혹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아바타’ 홍보사 영화인의 박지영 실장은 “이례적으로 영화 개봉 초반부터 40~50대 관객이 움직였다. 요즘엔 가족 단위 관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3D와 2D, 아이맥스 등 상영 방식의 차별화도 관객 밀물 현상의 한 요인이다. 일반 극장에서 평면적인 2D 상영을 본 관객들이 호기심 충족을 위해 3D나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관계자는 “ ‘아바타’의 아이맥스 상영은 주변 지인들이 표를 따로 구해달라 요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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