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구단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농구연맹(KBL)은 오는 11일 이사회(10개 구단 단장 모임)에서 챔피언 결정전 5~7차전을 서울에서 치르는 방안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KBL은 "농구 붐 조성과 흥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챔프전의 서울경기는 실제로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삼성과 SK가 연고지를 이전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는 총 4시즌 동안 10차례의 챔프전이 열렸다.
2001~0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챔프전이 각각 서울과 지방에서 열렸을 때 관중 수를 보면 서울이 평균 8,905명, 지방이 5,100명으로 매 경기 약 3,800명 정도 차이가 났다.
프로 원년이던 97년부터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챔프전은 평균 5.9차전까지 갔던 만큼 이번 시즌 서울에서 5, 6차전을 치를 경우 7,600명의 관중을 더 유치할 수 있다. 7,600명은 프로농구 연간관중 122만명의 0.63%에 불과한 수치다.
수입은 서울경기 평균 4,393만7,000원, 지방경기 평균 2,771만7,000원을 기록했다. 챔프전 5, 6차전 두 경기를 서울에서 소화할 경우 수입은 약 3,200만원 정도 증가하는 셈이다. 구단들을 제외한 KBL의 연간수입만 '최소' 14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새 발의 피'다.
각각 수원과 청주를 연고로 했던 삼성과 SK는 2001년 50억원씩을 납부하고 서울연고권을 얻었다. 당시 두 구단이 KBL에 납부한 돈은 100억원이지만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10억원(한국은행 고시 시준)에 이른다. 하지만 KBL은 이런 가치들을 모두 무시한 채 고작 7,600명, 3,200만원 때문에 서울경기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농구인 A씨는 "KBL은 흥행을 위해 서울경기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수치를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총재를 비롯한 KBL 수뇌부가 시상식 때 '모양새'를 위해 서울경기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시즌 10개 구단 홈구장의 좌석 수(실제 사용가능 기준)와 평균입장관중을 보면 ▲원주 동부(3,050석, 2,915명) ▲울산 모비스(5,491석, 3,276명) ▲서울 삼성(1만2,000석, 5,125명) ▲서울 SK(6,500석, 6,505명) ▲창원 LG(5,400석, 5,160명) ▲대구 오리온스(5,440석, 3,633명) ▲인천 전자랜드(7,000석, 4,868명) ▲전주 KCC(4,738석, 4,237명) ▲안양 KT&G(5,923석, 3,111명) ▲부산 KT(8,000석, 2,365명)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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