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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평 교수 유족 , 서강대에 "장학금으로 써달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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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평 교수 유족 , 서강대에 "장학금으로 써달라" 전달

입력
2010.01.0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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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공부해 평생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살아계실 때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습니다. 그러니 이건 저희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입니다. 아마도 아버님은 지금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 8월 향년 75세로 별세한 오기평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사진)의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달 29일 현금 1억 원을 학생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서강대에 전달했다.

일생을 강의와 연구에 헌신하며 펴낸 책 '세계외교사'와 '현대국제기구 정치론'의 저작권도 함께 기부했다. 서강대는 1억 원과 두 권의 인세 수입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오 교수는 1957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71년 미네소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3월부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부총장을 역임하며 25년 동안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외교사와 북한 대외 정치론을 연구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바탕 이론을 제공하는 등 남북관계의 진전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제정치학회 회장과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세종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대외적인 활동에도 열성을 쏟았다.

그의 제자인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학과장은 "교단에 계셨을 때부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제3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을 힘 닿는 데까지 도우셨고 또 도와야 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늘 강조하셨다"며 "고인이 미국에서 어렵게 공부했던 경험 등을 떠올리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매우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2004년 학생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개인이 모은 돈 3,000만원을 학교에 기부하기도 했다.

권영일 서강대 발전기금팀장은 "학생과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피부로 많이 느꼈을 오 교수의 뜻이 충분히 반영된 것 같다"며 "고인은 얼마간의 돈과 인세 소득만 주고 떠나신 게 아니라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 순수한 헌신의 가치를 가르치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의 유족들은 "남들에게 알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기사화하지 않으면 좋겠는데…"라며 연신 인터뷰를 사양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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