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택연은 미니 홈피에 팬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 글을 남겼다. 자신이 지난 연말 MBC '가요 대제전'에서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와 함께한 무대는 비즈니스일 뿐이니 열애설 같은 건 걱정 말라는 것이다.
2PM의 형제 그룹 2AM의 조권은 또 다른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과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로 지내고, 2AM의 막내 진운은 "소녀시대의 서현을 너무 좋아해서 컴퓨터 비밀 번호도 서현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누군가와 사귀지는 않는다. 하지만 2PM이나 2AM은 대중에게 아이돌(우상)이 아닌 '남자'로 다가간다. 연예인이 일반 여성과 1주일 간 데이트를 하는 m.net '스캔들'에 남자 아이돌 중 처음으로 출연한 것도 2PM의 닉쿤이었다. 팬들에게 이런 비즈니스는 걱정과 한숨을 늘린다. 하지만 2PM이 SBS 가요 프로그램 '인기가요'의 박성훈 PD의 말처럼 "(팬들이)가수가 아닌 남자로 보는 것 같은" 그룹이 되면서 팬이 아닌 여성들도 그들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최근 맥주, 핸드폰 등 20대를 겨냥한 CF에 대거 출연한다. 어떤 CF에서는 한 여성이 닉쿤의 복근을 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10년 전 베이비복스의 간미연은 HOT의 문희준과 사귄다는 루머만으로 면도칼이 들어있는 협박 편지를 받았다.
반면 택연은 여성 아이돌과 스킨쉽이 포함된 무대를 갖는 것도 비즈니스에는 필요하다고 팬을 설득한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의 결과는 팬층의 확대다. 빅뱅은 유행을 선도하는 음악과 패션 스타일로 아이돌이 10~20대 전체의 유행 코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2PM은 남자친구와 같은 태도로 폭 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2PM이나 2AM같은 그룹이 보여주는 아이돌의 새로운 모습은 지금 아이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연애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동건과 고소영, 유해진과 김혜수가 부러운 로맨스를 보여주는 시대에 무대 위나 리얼리티 쇼에서 가상이나마 벌어지는 아이돌의 연애는 대중을 대리만족시킨다.
아이돌이 연애하는 시대에 아이돌은 더 이상 예전처럼 카리스마적인 우상이 되기 힘들다. 대신 연인처럼 다가와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 됐다. 아이돌 산업은 그렇게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노래도 춤도 예능도 식스팩도 연애도 모두 가능한, 연예계의 최종 병기로 말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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