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의 칼 끝이 예멘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알리 압둘라 살레(67) 예멘 대통령 일가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국가보다는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살레 대통령에 대해 민심이 급격히 멀어지면서 예멘 정부를 통해 알 카에다를 소탕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은 1990년 남북으로 갈라졌던 예멘을 통일한 이후 지금까지 권좌에 앉아있다. 하지만 북예멘에 흡수 통일된 남쪽은 분리주의자들이 창궐하고 있고, 북쪽 마저 반군이 세를 확산하는 등 살레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국이 불안한 틈을 타 알 카에다는 예맨을 자신들의 새 본거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살레 대통령은 알 카에다 진압을 명분으로 미국 등이 지원한 군수물자를 북쪽 반군 소탕에 쏟아 붓고 있다.
예멘은 가족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비리도 심각하다. 야당은 살레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아들에게 대통령 직을 승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안보부, 대테러부, 대통령경호실, 공군의 총책임자는 모두 대통령의 친척들이다. 석유 가격 약세로 국가재정은 위기에 처해있지만 대통령궁 재건에는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통 큰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가난한 이 나라에 돈을 대주는 것은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지난해부터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 미국과 예멘 내 시아파 반군을 몰아내려는 수니파의 대부 사우디아라비아다. 살레 대통령은 시아파 반군을 진압하면서 알 카에다와 싸우고 있다며 미국에게 대테러전을 돕는 대가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통령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