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 2층 상황실.
이 곳에는 우리나라 공장은 물론 미국, 중국, 인도 등 전세계 현대ㆍ기아차 해외 본부 및 공장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수십 대 설치돼 있다.
현대차는 이 모니터를 통해 현장상황을 수시로 파악, 문제가 생길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춘은 이를 "마치 CNN의 뉴스룸을 보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 현대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쏘나타 출시를 계획보다 2개월이나 앞당긴다고 발표해, 동종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업계에서는 비용상승 및 부품수급문제 등으로 생산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 감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금기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포춘은 이 같은 스피드에 대해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에는 현대모비스가 동반 진출, 모듈(부품 덩어리)을 공급해 경쟁업체보다 빠른 생산공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신년벽두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포춘은 최근 발간한 신년호에서 '자동차 업계에서 제일 강인한 회사(The Toughest Car Company of Them All)'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를 통해 위기 속에 빠르게 성장한 현대ㆍ기아차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잡지는 정몽구 회장을 표지인물로 내세웠고, 정 회장의 품질경영, 공격적이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 등 성공 스토리를 10페이지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포춘은 특히 지난해 상반기 현대ㆍ기아차가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4위 업체로 도약한 것과 관련, '도요타의 두려움이 악몽으로 변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9월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현대차를 두려워한다'고 진단한 것보다 수위를 높인 것이다.
또 품질면에서도 1986년 4,995달러짜리 엑셀을 수출하던 회사가 이제는 6만달러가 넘는 에쿠스를 내놓고 독일 업체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춘은 품질 경영에 집중했던 정 회장의 리더십도 상세히 보도했다. 1999년 취임한 정 회장은 연구소에 6시그마를 도입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열리는 품질회의를 통해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갔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시로 품질 개선을 위해 마케팅, 연구, 구매, 재경 등 모든 부서가 결합된 '품질총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현대차는 2001년 제이디파워(J.D Power)의 신차품질조사에서 바닥권을 기록했지만, 2009년에는 일반브랜드 순위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또 최근에는 3년 내 실질품질 세계 3위, 5년 내 인지품질 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는 'GQ3355' 계획을 내고 품질로 마케팅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잡지는 또 현대ㆍ기아차가 디자인을 혁신, 우아한 바로크 풍의 외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이제는 미국인들로부터 현대차를 소유한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의 공격적인 마케팅 능력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20%가량 수요가 감소하자 대부분의 업체들은 소극적인 판매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실업시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내놓고,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 TV 광고를 제작하는 등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포춘은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도 낙관적으로 봤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서도 니켈메탈 배터리를 쓰는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튬-폴리머 전지는 일반적으로 니켈메탈 소재보다 부피가 40%정도 작고 무게도 35% 덜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춘은 1930년 창간한 미국의 대표적 경제전문지로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읽히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해 말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에서 선정한 세계 자동차업계에 영향력이 큰 인물 3위에 오른 바 있다.
정 회장은 2006년 40위, 2007년 47위 그리고 2008년 6위에서 수직 상승,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가파른 성장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지난해 현대ㆍ기아차가 뛰어난 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구조조정을 마친 경쟁사와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성공의 시금석은 북미 시장에서 쏘나타와 제네시스, 에쿠스의 안착 그리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성장 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