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취임 100일째인 6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수정 추진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총리는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은 옳은 일"이라며 "(원안대로) 그대로 두는 것은 사회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닷새 남기고 가진 간담회인 만큼 단연 세종시 문제에 초점이 모아졌다. 정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남에 의해 우리나라의 운명이 좌우되지 않으려면 국력을 갖춰야 한다"고 운을 뗐다. 국력의 조건으로 정 총리는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않을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해서는 안 되는 금융 자유방임을 허용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게 정 총리의 논리였다. 행정부처 분산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뉘앙스였다.
정 총리는 수 차례 "나는 세종시 총리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언론이)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겠지만 세종시엔 20% 밖에 힘을 안 쏟았다"며 섭섭함도 내비쳤다.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만난 외국인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등 몇 십명"이라고 말한 것은 '세종시 총리'로만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 총리는 국정이 세종시 울타리에만 갇혀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를 "과거 정치지형 속에서 만들어진 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종시나 용산 문제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지향적 일로는 공교육 정상화, 출산 장려, 일자리 창출, 사회 통합 등을 꼽았다.
이 대통령과의 호흡에 대해선 "실사구시를 하겠다는 점에서 나와 맞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선 "농담도 잘하고 상당히 개방적인 분" "가난한 삶을 살아봐서 그런지 마음이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5대 원칙을 전하면서 "저처럼 앞을 못 보는 사람은 생각하지 못한 점"이라며 겸손해 했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 내에 위치한 대한항공 항공터미널 등 수출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수도권 폭설로 일부 결항사태를 빚었던 공항의 수출물동량 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는 신속한 통관서비스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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