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몸을 살린다면 미술은 영혼을 쉬게 하지요."
'자연 요리 연구가'로 잘 알려진 요리사 임지호(54)씨가 미술 전시회를 연다.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임씨의 개인전 '음식, 사차원으로의 여행'은 그의 요리가 아니라 추상화 50여 점을 보여주는 전시다.
경기 양평에서 '산당'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씨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레시피없이 즉흥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유엔한국음식축제,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관광박람회, 한ㆍ베네수엘라 수교 40주년 기념 한국음식축제 등 각종 국제 행사에 참여해 한국 요리를 알리는 데 힘써왔고, 2006년에는 미국 요리 잡지 '푸드아트'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 하지만 그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도 없다.
어릴 때부터 전국을 떠돌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구축한 그의 라이프 스토리는 KBS '인간극장', SBS '일요스페셜'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 임씨가 그림까지 그려서 전시를 연다는 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그는 "음식과 그림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음식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스케치에서 비롯됐다.
"즉흥적으로 요리를 만들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볼펜으로 드로잉을 하곤 했죠. 그러다 차츰 컬러를 쓰게 됐고 재료도 다양해졌어요. 자연이 가르쳐준 것으로 음식을 만들었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평소 "음식은 자연과의 영적인 교감"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그는 그림도 물, 소나무, 땅, 하늘 등 자연을 주제로 삼았다. 물감뿐 아니라 진흙이나 모래, 숯 같은 재료를 함께 사용했고, 국자로 두드리고 수세미로 문지르는 등 자신만의 방식을 동원했다. "하루 12시간씩 잠도 안자고 작업하면서도 그저 행복했다"는 그는 "보는 분들에게도 이런 느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식을 통해 임씨와 인연을 맺은 소설가 이외수씨는 "요리와 그림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겠지만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은 동서남북이 다 보이는 법"이라며 "예술이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만든 이나 보는 이가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면 그만인 것"이라고 추천글을 썼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음식 퍼포먼스도 볼 수 있다. 6일은 씨앗과 알 요리, 7일은 콩과 과일 요리, 8일은 열매 요리 등으로 매일 주제가 바뀐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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