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13분.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1고로에 첫 불씨를 당기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눈가에 잠시 이슬이 맺혔다.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 이래 30여년간의 숙원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제철은 이날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공장에서 정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고로 엔지니어링을 주관한 폴워스사 마크 솔비 사장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제1고로 화입식을 개최했다.
화입식은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으로 불씨를 넣는 행사다. 화입 이후 27시간 정도 후부터 쇳물이 본격 생산되는데 제강공장과 연속주조공장 등을 거쳐 자동차용 열연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으로 탄생한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선철을 만드는 제선공정의 핵심 설비로 이날 화입식을 가진 현대제철의 제1고로는 내용적 5,250㎡, 최대직경 17m, 높이 110m로 연간 생산량 400만톤 규모다.
이번에 가동되는 당진 일관제철소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연료를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로 하역하고 이동과 저장까지 완전 밀폐형으로 건설됐다.
정 회장은 기념사에서 "현대제철은 1953년 설립 이래 전기로 사업을 통해 건설과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연관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면서 "고로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일관제철소를 손에 넣기까지는 말 그대로 7전8기의 숱한 좌절이 있었다. 정 명예회장 시절부터 자동차와 조선소에 이르는 중공업 제국의 완성을 위해 철강사업에 유독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국영기업인 포항제철의 선철 생산 독점시스템 앞에 번번이 무너졌다.
이 숙원은 정 회장에까지 내려왔고, 이 때문에 정 회장은 유달리 당진제철소 완공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2006년 제철소 기공식 이후 일주일에 2,3번은 건설현장을 방문해 공사 일정을 진두지휘했다.
제철소 건설 경험이 전혀 없는 현대제철이 애초 공사일정대로 고로 가동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정 회장의 불도저식 추진력 때문이었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운 밀폐형 친환경 녹색제철소 콘셉트도 정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현대제철은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로 고용 유발효과와 함께 상당한 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유발 효과는 건설분야 9만3,000명, 운영 7만8,000명에 이르고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협력업체에 총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유발 효과는 제철소 건설에서 13조원, 제철소 운영을 통해 11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또 여의도 면적의 2.5배인 740만㎡ 부지에 열연 650만톤, 후판 150만톤 등 연산 800만톤 체제를 갖출 경우 80억달러 상당의 고급 철강재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우리 나라는 1인당 철강소비량 세계 1위, 조강생산량 세계 6위의 철강강국이지만 쇳물을 생산하는 상공정 설비 부족으로 연간 2,000만톤이 넘는 소재용 철강재를 일본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현대제철 고로의 본격 가동으로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무역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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