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강타한 폭설로 인해 사륜 구동 자동차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언덕에 놓인 빙판 길에서 거침없는 위력을 발휘, 이륜 구동 운전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산 덕분이다. 전륜 혹은 후륜과 달리 사륜 구동 자동차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구동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도로사정상 언덕이 많고 계절별로 눈비가 많은 우리나라에는 힘과 안정성이 뛰어난 사륜 구동이 제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륜 구동 기술은 과거 트럭이나 군용차량에 적용되었으나 점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안전성과 승차감에서도 사륜 구동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승용차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사륜 구동을 택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가격 차이가 200만~35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사륜 구동은 단순히 구동력이 네 바퀴에 전달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에 주는 동력의 크기까지 달라진다. 스키 점프대를 차로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로 유명세를 탄 아우디(A6)의 경우, 눈길이나 곡선에서는 전ㆍ후륜 동력비가 15대 85, 65대35로 바뀐다. 적절한 힘 배분을 통해 주행의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이처럼 사륜 구동이 주목을 받자 각 업체들은 자신만의 사륜 구동 시스템을 고유명사화하고 있다. 아우디의 ‘콰트로’, BMW의 ‘X드라이브’, 벤츠의 ‘4메틱 시스템’, 재규어의 ‘트랙션4’가 대표적인 예다. 사륜 구동 기술을 경쟁업체와 최대한 차별화하고 상품화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사륜 구동을 SUV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차의 SUV 모하비는 도로 상황에 따라 앞뒤바퀴에 전달하는 구동력이 달라진다.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에는 사륜 구동에 타이어 압력 저하시 경고등이 표시되는 장치를 달아 계절변화에 따른 타이어 안전사항까지 손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GM대우의 윈스톰은 별도의 스위치 없이도 눈길에 차가 들어서면 0.2초 이내에 사륜 구동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르노삼성의 QM5는 사륜 기능에 경사진 길을 내려올 때 저속 주행이 가능한 제어 장치를 갖고 있다.
사륜 구동 기술은 수입차 쪽이 앞서 있다. 특히, 독일 등 유럽 업체들이 강세다. 대표적인 업체가 아우디. 아우디는 SUV에는 물론 승용차도 각 모델별로 사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갖췄다. 1980년 승용차에 세계 최초로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을 정착했다. 당시에는 트럭에나 적용되는 기술을 승용차에 적용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콰트로는 아우디를 대표하는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 6,664대 중 73%인 4,887대가 사륜 구동이다.
모기업인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페이튼에서 비슷한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페이튼은 전모델에 4모션이라는 사륜구동시스템이 적용됐다. 대부분의 사륜차가 앞뒤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것과 달리 전후, 좌우는 물론 대각선 방향으로도 구동력을 전달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S500에 4메틱 기술이 적용됐다. 사륜 구동에 자동 7단 변속기를 장착, 미끄러운 도로나 눈길에서도 벤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기술은 쌍용차의 체어맨W 3.6모델에 그대로 적용됐다. 쌍용차는 이를 4-트로닉이라 명명하고 기존 국내의 고가차 시장에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BMW의 ‘X드라이브’는 도로사정에 따라 구동력을 앞뒤로 0~100% 분배한다. 여기에 비포장도로 등의 지형을 소화하기 위해 자동으로 브레이크 동력이 차등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과 내리막길 자동주행안정장치 등이 더해졌다. 이같은 종합적인 기술로 최상의 코너링과 안전성을 확보했다는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볼보도 빼놓을 수 없다. 눈이 많은 스웨덴의 자연환경 속에서 태어난 볼보는 사륜 구동에 미끄러짐 방지, 전복 현상 방지 등을 위해 개발된 기술을 XC60 등에 적용했다. 높은 접지력을 통해 ‘안전성’의 대명사라는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3에는 바퀴의 접지력을 각각의 센서가 감지해 구동력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에도 사륜 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렉서스 LS600hL에는 ‘토센 LSD’시스템이 장착됐는데 이는 앞뒤 바퀴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4대6, 5대5, 3대7 등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혼다의 레전드에도 사륜 구동 기술이 적용됐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차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대각선 방향의 바퀴에 구동력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닛산의 인피니티도 평상시 후륜 구동이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앞 바퀴에 최대50%까지 구동력을 배분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륜 구동 기술이 점차 확산하는 추세여서 국내에서도 고급 승용차에는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하지만 스노우체인이 가장 확실한 폭설 대비 장비인 만큼 사륜 구동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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