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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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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와 시인

입력
2010.01.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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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다!" 환호성처럼 터져 나오는 소리에, 고래탐사선이 출항하자마자 멀미기가 있어 선실에 누워있던 도종환 형이 순식간에 뛰어나왔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김현성은 놀란 듯 64분 음표처럼 일어섰다. 겨울바다의 진객, 낫돌고래떼였다. 낫돌고래는 유영을 할 때 낫의 날처럼 보여 생긴 이름이다.

어림잡아 수 천 마리가 넘었다. 울산 울기등대 동방 2.5마일 해상, 북위 35도29분162초 동경 129도29분300초에서 경해(鯨海)란 옛 이름 그대로 '고래바다'가 신기루처럼 펼쳐지는 순간이다. 지난 겨울에 만난 적이 있는 낫돌고래떼여서 더더욱 반갑다. 울산에서는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고래탐사를 하고 있다. 나도 울산광역시의 고래자문위원 자격으로 탐사선에 동승해 고래 찾으러 나간다. 바다에서 나는 '럭키맨'이다. 내가 탐사선에 타면 고래 발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고래탐사선에는 '시인이 타면 고래를 발견한다'는 말이 있다. 김남조 시인이 타셨을 때 탐사선 바로 옆으로 밍크고래가 산처럼 솟아오른 일은 신화처럼 전해진다. 분명히 고래는 시인을 좋아한다. 어느새 도종환 형은 고래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김현성은 고래를 음표 삼아 노래를 만든다. 고래와 시인의 이 아름다운 만남을 두고 전날 밤차로 추운 서울로 돌아간 정호승 선배는 많이 아쉬워할 것이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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