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열린 서울 도봉구의 서울열린극장 창동. 발레단 김인희 단장은 1막 1장이 끝나자 무대로 나왔다. 그가 "이 곳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텐트형 공연장입니다. 여기처럼 무용수의 땀방울이 보일 정도로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곳도 드물지요. 이 곳이 곧 사라진다네요"라고 말하자 879석을 가득 메운 객석은 한동안 웅성거렸다.
2004년 9월 개관한 서울열린극장 창동이 올해를 끝으로 철거된다. 시내나 강남권에 비해 공연 시설이 열악한 동북부 지역에 있어서 지역 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온 극장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하며 질 좋은 공연을 싼 값에 보급하는 데 주력한 것도 특징이다. 가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 단체들의 하이라이트 및 해설 공연은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2회씩 전석 1만원에 제공됐다. '그리스''젊음의 행진'과 같은 인기 뮤지컬도 1만~3만원이면 즐길 수 있었다. 대관료도 다른 공연장에 비해 50% 이상 저렴해 다양한 공연이 올라갔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 1,500석 대극장과 중극장, 어린이 전용 공연장을 갖춘 '창동 공연장'을 짓는 공사를 내년 초 시작한다. 시는 지난해 11월 창동 공연장 사업자로 ㈜옐로우나인 등 7개사 컨소시엄을 선정해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김윤식 극장장은 "텐트의 수명이 7년인데 연말이면 만 6년을 넘는다. 이런 공연장은 비용이 많이 들고 객석이 불편할 뿐 아니라 천장이 낮아 무대기술을 요하는 공연을 유치할 수 없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민간이 운영하면 티켓 가격이 오르고 상업화할 것이다. 그러면 지역 주민들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극장 관계자의 말처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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