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배우자와 정식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다른 배우자와 사는 '중혼(重婚)적 사실혼'관계인 보험자도 자동차보험 부부운전자 특별약관상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D보험사가 '중혼적 사실혼인 자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모(47ㆍ여), 김모(44)씨 부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금지된 중혼도 민법상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고, 이씨는 법률상 배우자가 이미 행방불명 돼 (사실상) 이혼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이씨가 보험 특별약관에서 피보험자로 명시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일 보험사가 중혼적 사실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피보험자에서 배제하려 했다면 특별약관에 별도 규정을 두어 명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험사가 이 같은 예외적 경우까지 예상해 명시ㆍ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과 달리 보험사의 엄격한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D사는 2005년 9월 부부운전자 특별약관이 딸린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김씨의 배우자 이씨가 그 해 11월 교통사고를 내자, 이씨가 전 남편과 법적으로 부부라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보험금 3,400만원을 갚으라는 소송을 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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