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겨울 기상이변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4일 경험한 대폭설뿐만 아니라 난동(暖冬)과 극심한 겨울가뭄 등 이상 기후가 매년 되풀이될 것이라는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년 그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는 여름철 국지성 폭우와 함께 한반도는 이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기상이변의 전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반도가 겪은 기록적인 대폭설은 북반구 전체에 몰아친 기상이변의 한 범주에 속한다. 지구온난화와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만나 빚어진 극단적인 기상현상이다. 하지만 북반구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한반도와 중국, 독일 등은 대폭설이, 인도 같은 곳은 이상한파를 겪고 있다.
대폭설은 이상기후의 한 범주
기상청 박정규 기후과학국장은 "찬 공기가 뭉쳐 있어야 할 극지방이 지구온난화로 점차 따뜻해진 데다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polar cap)가 응집력을 잃고 남하한 데 따라 북반구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는 매년 겨울 북반구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한 형태로 남하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영향으로 북극 기온이 10도정도 올라가면서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훨씬 더 깊게 아래쪽으로 남하했다. 박 국장은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가 남하하는 깊이는 매년 다르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더 아래로 늘어져 미국, 유럽, 아시아에 폭설과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눈 폭탄은 여기에다 태평양인 필리핀 동부의 따뜻한 습기가 북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유라시아에 한 달 이상 일찍 눈이 덮여 시베리아 지역 대기가 더 빨리 식은 데다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까지 누적돼 한반도로 밀려 내려왔다"며 "여기에 태평양의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저기압이 북상해 한반도 상공에서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이상현상 매년 반복될 수도
문제는 이 같은 이상기후가 매년 겨울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높아져 찬 공기 덩어리의 남하 폭이 평년수준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극지방에서 남하하는 차가운 기류가 한반도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매년 겨울에 폭설, 난동, 겨울가뭄이 심화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에서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기류의 축이 우리나라 위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나가면 올해처럼 한파와 폭설이 올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서쪽으로 비껴 지나가면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된다. 한기가 접근하지 못해 아예 한반도 북쪽으로 흐르게 되면 냉기류와 고온 다습한 기류가 충돌할 일이 없어 눈이 없는 겨울가뭄을 심하게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북극 찬 공기 덩어리의 남하 상황에 따라 폭설이 아니라 반대국면인 한파나 겨울가뭄으로 모습을 바꾼다는 뜻이다.
박 국장은 "한반도 기후지표가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지구를 둘러싼 에너지 변화가 심하다는 것으로 향후에도 기후 변동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는 소리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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