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전형료 안 돌려주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 대입 원서를 낸 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에게 대학은 전형료를 돌려줘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이 일단 받은 전형료를 환불하지 않고 행태는 일부 개선될 소지가 있지만 불가피한 사정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 10개 대학의 입시 요강 중 '납부한 전형료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대학 자율적으로 삭제 수정하도록 했다"고 5일 밝혔다. 전형료 반환 근거를 마련토록 한 것이다. 환불 불가 조항 개선 명령을 받은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이용 전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적정한 위약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환불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유를 따지지 않고 전형료 환불을 금지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나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대학 입시의 특수성을 감안, 전형료 환불 기준을 따로 명시했다. 응시하지 못하는 모든 경우가 아닌 천재지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환불토록 한 것이다.
전형료를 냈더라도 추후 지원할 의사가 없어졌거나 다른 대학과의 전형 일자가 중복돼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은 환불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입 전형료는 5만~8만원 선이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의 대학 전형료 실태 조사 결과, 수험생들은 수시 1, 2차 및 정시 모집에 응시할 경우 전형료로 평균 59만원 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 1명의 평균 지원 회수가 5.6회에 달해 전형료 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시 조사에서는 수험생 및 학부모의 94.9%가 대입 전형료에 대해 '비싸다'고 답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대입 전형료 수입은 2005학년도 662억원, 2006학년도 779억원, 2007학년도 822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엔 수험생 증가로 대학의 전형료 수입이 총 1,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별로 사정이 달라 전형료 반환 조치로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학별로 입학 전형료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다른 대학들도 불합리한 전형료 조항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국대학교육협의의 협조를 받을 계획이다. 또 이런 조치에도 불구, 환불 불가 조항을 유지하는 대학은 별도의 직권조사를 통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준규기자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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