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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치개혁이다] 정당대표 인터뷰 <1>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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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치개혁이다] 정당대표 인터뷰 <1>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입력
2010.01.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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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4일"제1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야당 대표와 수시로 전화하고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대통령+여야 정당 대표'의 3자 회동을 제의했던 배경을 설명한 뒤 "새로운 정치문화와 행동양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여당이 대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단계"라며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여야의 몸싸움이 계속되는 국회를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 등의 공천개혁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인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안이 발표되면 한나라당은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논의한 뒤 당론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에 여야가 4대강 예산과 노조법 등을 놓고 장기간 대치했는데.

"국회가 국가의 자랑거리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수치감을 느끼지 않게는 해줘야 한다. '국회 참사'가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야의 말싸움과 몸싸움이 반복되는 국회를 개혁하는 방안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정파에 구속되지 않고 독립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정당이 개입해 당론을 정하면 의원의 입장이 경직된다. 국회가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

-정당이 제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 개혁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은데.

"계파를 만들게 하고 부패를 낳을 수 있는 공천 제도를 고쳐야 한다. 당파 정치, 계파정치의 틀 내에서는 의원 개개인이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없다. 당내 당헌ㆍ당규 특위에서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는 친이계, 친박계 등이 계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폐쇄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개방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당협위원회는 사당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지 못한다. 중국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도 공산당 당보에 당내 민주화에 관한 글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도 당내 민주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노조법 처리를 놓고 당내 이견은 없었나. 최근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호평하기도 했는데.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는데 31일 아침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노조법을 현실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나는) 노조법 개정안 통과가 예산안 처리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노조법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일부에서 '누더기법'이란 비판도 있지만 노조법이 통과돼 산업현장이 법률적으로 안정을 찾게 돼 다행이다. 나는 지난해 10월 재보선 당시에 한나라당도 노조법 개정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대표가 정책 문제에 왜 관여하느냐는 당내 지적이 있어 상당히 힘들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추 위원장이 외로운 결단을 했다."

-지난 연말 '대통령+여야 정당 대표'의 3자 회동을 제안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데 청와대가 최근 3자 회동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야는 자주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3자 회동이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포함한) 4자 회동이든 자주 봐야 한다. 정 대표가 '상대방이 원할 때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데 (청와대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청와대측의 회동 제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역으로 정 대표도 청와대가 대화를 원할 때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

-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뒤 국회 입법화가 가능한가.

"정부가 좋은 안이 내놓으면 충청도민과 국민들이 공감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당내에서는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겠다. 여러 차례 공식적 모임을 통해서 논의하겠다."

-수정안 찬반 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할 것인가.

"당론을 정하더라도 당 지도부가 지시하는 강제적 당론은 아니다. 공감대가 가장 큰 의견을 당론으로 정하게 될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여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친박계 중진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병자호란 당시 싸우자는 사람들과 화친하자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임금에 대해 충성하는 마음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제한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

-6월 지방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특히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면.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누구를 후보로 공천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이 공천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 모두 잘하고 있으니까 누가 후보가 되든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경선으로 치르나.

"당의 기본 원칙은 경선이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박 전 대표가 적극 나서 주신다면 당연히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의 큰 기둥인 박 전 대표가 적절한 선택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전에 조기 전당대회 열자는 의견이 나온다.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현재 지도부의 반대하며 쇄신을 원하는 것이므로 그런 주장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가령 새로운 지도부는 구체적으로 누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자세이다. 막연하게 이야기하면 밖에서 보기에 당내에 문제가 많다고 오해할 수 있다. 물론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어느 때든 할 수 있다고 본다. "

-조기 전당대회 또는 7월 전대가 열린다면 다시 대표직에 도전할 생각인가.

"다선(6선) 의원으로 전대에 참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현재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차기 전당대회 도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정 대표가 보여주고 싶은 리더십의 특징은 무엇인가.

"국회 다수당 의원들끼리 동료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당을 좌파, 친북이라고 규정해 비판하면서도 정작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서로 동료 의식을 갖고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청와대와 정부에 여당이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다.

"끌려 다닌다고요?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정부를 지원하지만 다수당으로서 국회에서 행정부를 감독할 책임도 갖고 있다. 평상시에 효율적으로 행정부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지만 여당과 국회도 실력을 키워야 한다. 당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행정부 못지 않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

-정운찬 총리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데.

"정 총리는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원 유학 시절에 가깝게 지냈다. 정 실장은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학교 총장을 역임해서 친분이 있다. 두 분 모두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다."

-올해 한나라당이 우선 추진할 경제 정책은 무엇인가.

"정부가 상반기 중에 비상경제체제에서 탈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극 뒷받침하겠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금융, 관광, 의료 서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올해 남북정상회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북한 매체를 보면 북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회담은 많을수록 좋다. 남북은 사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많이 만나야 한다. "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개헌의 폭이나 시기, 방향 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가 이뤄져야 개헌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인터뷰=김광덕 정치부장

정리=고성호 기자

■ 정몽준의 2010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에게 2010년은 기회이자 위기이다. 세종시 수정안 입법과 6월 지방선거 등 큰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해 대표로 취임한 뒤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 속에서 친이계·친박계의 틈바구니에 끼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 달 1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화합과 소통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당내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정 대표는 활발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특히 대표직을 유지한 채로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해 승리를 거둔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세종시 입법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지난 해 9월 박희태 전 대표의 재보선 출마에 따라 대표직을 승계하자마자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부지런히 현장을 챙기며 당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대표실의 소파를 치우고 원탁을 가져다 놓으면서 토론 문화도 강화했다. 친이계ㆍ친박계 의원들과도 막걸리 폭탄주인 '화합주'를 마시며 스킨십을 늘려왔다.

그러나 정 대표는 여전히 집권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3자 회동을 제안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때문에 "정치력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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