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다닐 때는 학교 전체에서 저까지 여학생이 3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체의 40∼50%가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여선배가 한 번 학교 발전을 위해 나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려대 경영대 ‘여성 1호 졸업생’ 전윤자(78·51학번)씨가 모교 발전기금으로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해 화제다. 고려대는 기부 받은 부동산에서 나오는 연간 2,000만원 가량의 임대수익금을 ‘전윤자 장학금’으로 조성해 경영대 여학생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전씨는 학교생활에 이어 사회에 나가서도 ‘1호’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955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 학교 상과대 출신으로 처음 한국은행에 입사해 12년을 몸담았다. 이어 1967년 한국은행에서 외환은행이 분리될 때 외환은행으로 이직해 13년간 근무하면서 여성으로는 첫 지점장대리 직함을 얻었다.
그러나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생활이 늘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직장 생활에서 남자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고,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마음고생도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여성 사회인이 겪는 여러 제약을 경험해 본 전씨는 은행에서 퇴직하고서 여성 전용 금융기관을 설립해 대출이 까다롭던 미혼모와 미혼여성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5일 오전 기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모교를 찾은 전씨는 “누구나 소중한 걸 기증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내 (기부)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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