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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제작자 겸 배우 송용진 "한국판 록키호러쇼 만드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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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제작자 겸 배우 송용진 "한국판 록키호러쇼 만드는 게 꿈"

입력
2010.01.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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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은 1994년 미국 맨해튼의 허름한 록 클럽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컬트 뮤지컬 '록키호러쇼'도 1973년 런던의 60여석 소극장에 처음 올라간 후 로스앤젤레스의 한 클럽을 거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2년차 뮤지컬 배우 송용진(34)은 이 두 뮤지컬의 국내 무대에 출연했다. "한국판 '록키호러쇼'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그를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만든 컬트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가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홍대 앞 클럽을 거쳐 3월부터 대학로 무대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송용진은 인디 록 그룹 '쿠바'와 '유라'의 보컬이자 자칭 '겹치기 출연 전문 배우.'

출연료는 적어도 자기 시간이 많은 세 팀, 네 팀 캐스팅을 선호한다. 자신의 수입을 전액 투자해 만든 인디레이블 '음악창작단 해적'대표기도 하다.

"KT&G 상상마당이 지난해 5월 인디밴드들에게 34일간 무대를 내줬는데, 저도 하루 기회를 얻었죠. 제 회사 소속 록 그룹인 '딕펑스'와 조인트 콘서트를 하려다 뮤지컬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2주 간 딕펑스와 자신의 곡에 가사를 붙이고 간단한 대본을 썼다. 겨우 나흘 연습하고 공연을 했지만 재치 있는 대사와 폭발적인 무대 매너로 100여 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을 본 홍대 앞 롤링홀 클럽 사장은 "우리 클럽이 쉬는 월요일마다 공연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이렇게 해서 '재미로 만든 뮤지컬'이 한 달에 두 번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정통 록 넘버에 해적들이 예쁜 치어걸이 모여 사는 섬을 찾아간다는 간단한 줄거리를 덧댄 이 공연은 꾸준히 100여명의 관객을 유지하며 조금씩 알려졌다. "집에 있던 옷 행거를 가지고 해적선을 운전하는 키를 만들었고, 옷은 파티용품점에서 마련했어요. 뒤풀이 비용까지 합쳐서 제작비는 50만원이 전부랍니다." 송용진은 연출, 극본, 음악감독, 소품 제작, 분장, 의상, 마케팅 등 모든 역할을 도맡았다.

공연장 입구에서 드레스 코드를 검사하고, 뱃멀미약을 나눠주는 등의 설정도 재미있다. "어느 날 팬이 준 과자를 관객들에게 '멀미약'이라며 나눠줬더니 즐거워하더라고요. 다음 회부턴 팬들이 약 봉지에 초콜릿을 넣은 멀미약을 만들어오는 바람에 고정 이벤트가 됐네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공연의 매력은 클럽에 걸맞는 상호 역동적인 분위기. 관객이 특정 동작을 따라하거나 이상한 주문을 외워야 상황이 전개된다. 선원 역을 맡은 밴드가 직접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지척에서 펼쳐지는 것은 기본이다.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한 코믹 사진과 키치적인 영상도 폭소를 자아낸다. 창작뮤지컬 초연에 많이 출연했다는 그는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역사극이었다. 웬만하면 다 똑같고 재미가 없더라"며 이번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오프 브로드웨이에는 남성 성기를 소재로 한 '딕쇼'라는 공연이 전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신선한 시도들이 많아요. 뮤지컬 마니아나 전문가들이 제 공연을 보면 혹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별난 놈이 이런 짓도 하는구나'하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마흔이 되면 B급 영화 제작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치어걸을 찾아서'의 대학로 공연은 3월 2~31일 250~290석 규모의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열린다. (02)548-1141

글ㆍ사진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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