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민족대이동의 해다."
유니클로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일본 캐주얼 의류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최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연내 수백명 규모의 그룹 사원을 해외에 전근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에 점포를 적극 확대하면서 현재 100명 정도인 해외 근무자를 수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지난해 전세계 800여개인 점포를 10년 뒤 4,000개로 늘리고 이 기간 5배 이상 늘어나는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시장에서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기업의 새해 경영 화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 시장과 친환경 사업 강화다. 철강그룹 JFE홀딩스의 스도 후미오(數土文夫) 사장은 신년사에서 "국내시장은 디플레이션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어 확대하는 아시아시장에서 어떻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존재감을 높이느냐가 향후 성장의 최대 포인트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업체도 아시아를 눈 여겨 보고 있다. 노무라홀딩스 그룹 와타나베 겐이치(渡部賢一) 사장은 "아시아 최강의 증권회사, 투자은행"을 목표로 내걸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쓰카모토 다카시(塚本隆史) 사장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비즈니스 전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東京)전력의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사장은 "올해는 환경과 재생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전기사업이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탄소 사회 실현을 향한 사회적인 큰 조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가겠다"고 밝혔다.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의 하세가와 사토시 사장 역시 "비즈니스 기회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며 환경, 에너지 사업에 의욕을 표시했다.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인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지속적인 일본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아시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진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자원이나 환경, 에너지 부문, 의료와 육아 등 저출산ㆍ고령화 대책도 필요하다"고 일본 기업이 직면한 사업환경의 변화를 정리했다. 다수의 주요 일본 기업들이 올해 중반에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일본 경제 전반은 '더블 딥'을 피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어려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경제전문가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성장률 평균치는 1.3%. 특히 상반기 중 성장은 거의 0%이고 마이너스를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