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원화절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경기회복의 최대 복병은 더블딥도 출구전략도 아닌 환율"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무려 14.30원이나 하락한 1,14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1주일 후인 2008년9월22일(1,140.30원) 이후 1년3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또 전날 9.7원에 이어 신년 이틀 만에 무려 24원이나 떨어졌다. 환율하락세가 예상외로 강해 장중 1,136원까지 떨어지자, 이날 외환당국은 직접 시장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원ㆍ달러환율의 급락은 지난달만 해도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가 연말부터 약세로 전환된 영향이 가장 크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어서 올해 세계경제가 침체보다는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신흥시장에서 고성장이 기대되자 세계 자금 흐름의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진 것.
실제로 4일(현지시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7.46을 기록해, 지난 주말에 비해 0.52%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주말보다 2달러이상 뛰며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것(81.51달러)도 달러약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는 펀드들의 특성상 한국 등 신흥시장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700선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4,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물론 미국 경제가 크게 좋아지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고, 이 경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며 자금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새해 첫 연설에서 "주변에서 자산거품을 우려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며,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면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달러화 약세가 그만큼 장기화될 공산이 크고, 결국 원화절상 추세도 쉽게 꺾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더구나 작년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올해도 경상수지에서 150억~20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외국인 직접투자 및 주식투자자금도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여 원ㆍ달러환율 하락압력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른 경제지표가 일찌감치 리먼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고 지난해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는데 원ㆍ달러 환율은 아직도 리먼 사태 이전 (1109.5원)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환율하락은 직접적으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계속 내려간다면 실물경기회복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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