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생명을 앗아간 아프가니스탄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에는 알 카에다의 영화 같은 '이중스파이'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CIA의 중동지역 스파이 활동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외신들에 따르면 구랍 30일 발생한 아프간 CIA 지부 자살폭탄 테러사건의 시작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르단 의사 출신인 후맘 칼릴 아부 무달 알 발라위(36)가 알 카에다의 인터넷 토론방 관리자로 활약하다 요르단 정보당국에 체포됐던 때다.
이후 미국과 요르단 정보당국은 발라위에게 철저히 속았다. 발라위는 친미로 전향한 척 했고, 미국은 알 카에다의 정보를 빼내오도록 그를 아프간, 파키스탄 등에 침투시켰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이자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해왔다. 물론 허위정보였다.
1년간 신뢰를 쌓은 발라위는 테러 당일, 자와히리에 대한 긴급 정보가 있다며 아프간 CIA 지부를 몸수색도 당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가 얼마나 CIA의 신임을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의 긴급 호출에 CIA 지부장을 포함한 요원들 14명이 모여들었고, 그는 때맞춰 갖고 들어온 폭탄을 터뜨렸다. CIA 요원 7명과, 그를 안내했던 요르단 왕족 출신 정보요원 샤리프 알리 빈 자이드 등 8명이 발라위와 함께 숨졌다.
AP통신은 전직 CIA 요원의 말을 인용, "정보원을 만날 때 통역을 대동해 1~2명 정도가 나가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 CIA 지부장을 포함해 14명이나 모였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 동안 요르단 정보당국(GID)은 중동지역에서 CIA의 가장 긴밀한 협력자였다. GID는 2006년 알 카에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리더 제거를 도우면서 CIA와 급속히 가까워졌다. GID는 "미국이 기술에만 의존하려고 하고 스파이 침투 작전 등에 너무 무능하다"고 비판할 정도로 이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CIA는 GID가 발라위를 소개했을 때, 전적으로 믿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CIA와 GID의 협조 관계가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작전 중 사망한 왕족 자이드의 장례식은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CIA 요원들의 장례식은 4일 미 도버 공군기지에서 비공개로 치러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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