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석면해체ㆍ제거 전문업체 CES 정익수(45)대표는 석면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활용도가 높은 만큼 위험성도 큰 석면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쉽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석면 해체ㆍ제거는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대형 건설사 모두 편리한 공정과 눈 앞에 보이는 비용만 줄이려고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마구잡이로 부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연세대 건축학 석사, 미 콜로라도 대 건축학 석사를 받은 정 대표가 석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삼성 엔지니어링과 한미파슨스를 거쳐, 120년된 미국의 한 건설업체에서 일을 하던 중 자신의 독립된 사업체를 꾸리기로 결심하다가 석면제거회사인 CES를 알게 됐다.
그는 "아이(9살, 6살)들을 키우다 보니 환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CES는 1994년 설립돼 북미지역거래개선협회(BBB)에서 3년 동안 고객 불만이 전혀 없는 기업에게만 주는 '골든 어워드 스타'를 8년 연속 받았고, 이런 점에서 낙점했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 이후 우여곡절도 많았다. "인수 후 처음 따낸 프로젝트가 덴버의 교육청에서 발주한 한 학교의 석면제거공사였죠. 그런데 뜯으면 뜯을수록 문제가 많아 실제 해체 비용이 계약 액수의 2배 가량 들어갔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라 손해를 무릅쓰고 그대로 진행했어요."
전화위복이었다. 우직한 그의 모습이 교육청 직원을 감동시켰고, 그 해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결국 덴버 교육청의 수의계약 95%를 발주하는 발판이 됐다.
4년 전부터 한국진출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석면해체공사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각종 세미나에 참석, 해외 사례를 설명했고, 대형 건설사나 지자체 등에 무료로 컨설팅을 해줬다. 정 대표의 해외에서의 실적이 알려지면서 컨설팅문의도 늘어났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지난 해 8월 정부가 석면제거관련법이 마련한 것. "세부 지침과 작업 표준이 없는 형식적인 것이긴 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에 곧장 한국법인을 세웠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석면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슬레이트 원료에서, 건축재, 물론 브레이크 라이닝, 클러치, 방직재, 기타 단열재까지 3,000여 종류에 쓰이고 있다. 석면 함유 제품의 수입량은 1990년대 8,000톤에서 4만8,000톤(2005년 기준)으로 6배 늘어났다.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정 대표는 지적한다. 그는 "미국 산업안전 보건청(OSHA)이 제시한 27가지 발암 물질 중 하나"라며 "석면 먼지가 몸 안에 들어오면 평생 몸 안에 머무르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석면 해체 역사가 30년이 넘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해체 작업 자격도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석면 해체 작업에 쓰이는 엑스레이라 할 수 있는 시방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사업체가 종합 컨설팅을 하고 전문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링 회사가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라며 "또 충분한 경험을 지닌 감리회사가 감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석면해체 제거 작업이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자체, 건설사나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들 모두 석면 문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기술자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석면 조사부터 해체 제거 및 감리까지 총괄할 수 있는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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