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 못써도 양팔 쓰면 '사지마비' 아니다"
자력으로 신체 부위를 일부 움직일 수 있다면 사지(四肢)마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업무 중 추락사고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은 이모(42)씨가 "철야간병료를 반환하도록 한 조치는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간병료부당이득금결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지마비는 타인의 조력 없이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사지의 운동기능이 모두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원고는 하지(다리)가 완전 마비됐고 손에 기능 감퇴가 있지만 어깨와 팔의 기능이 정상에 가까워 양팔을 이용한 휠체어 운전 등이 가능한 만큼 사지마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은 타인의 조력 없이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한 입원환자와 통원치료 중인 사지마비자를 철야간병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1994년 회사 신입직원 연수회에서 당한 추락사고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철야간병료를 지급받아왔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2007년 "팔의 근력을 회복해 철야간병이 아닌 일반간병 대상이 됐으니 그 동안 지급했던 철야간병료 중 1,800만원을 반환하라"고 결정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이씨의 팔 기능이 일부 회복됐다 해도 혼자 자세를 바꾸거나 배변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여전히 사지마비 상태"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 "간호사, 의사 처방 다시 확인할 의무 있다"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간호사가 명백한 오진을 그대로 따랐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잘못된 처방을 확인하지 않고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된 전직 간호사 김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처방이 너무나 엉뚱한 약재를 투약하라는 내용이라 쉽게 착오나 실수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간호사에게 처방의 경위와 내용을 재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고가 주로 다른 사람들의 과실 때문이었다고 해도 피고인의 책임을 면제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0년 3월 수술 회복 단계에 있던 환자에게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수술용 마취보조제를 투여하라는 의사의 잘못된 처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이 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경됐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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