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새해는 집권『 』(이)다
알림

[지평선] 새해는 집권『 』(이)다

입력
2010.01.04 23:38
0 0

지난 세밑에 청와대는 새해 국정 화두로 중국 북위의 학자 가사협이 쓴 농업서적 <제민요술(濟民要術)> 에 나오는 사자성어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선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 말의 정신과 자세로 선진 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위정경(扶危定傾ㆍ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음)' 을 꼽았던 정범진 전 성균관대 총장이 추천한 이 사자성어는 '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고통을 참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올 하반기쯤 좋은 날을 맞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생각이 잘 묻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일로(一勞)'에 대한 해석이다. 집권 3년 차이자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정부로서는 자칫 올 한 해라는 시한으로 오해될까 꽤 부담스러운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면 영원히 번영할 수 있다"고 '함께'에 유난히 무게를 두며 집권 1년 차의 초심을 강조한 배경일 것이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재임 중 헌신을 다해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 반석 위에 든든하게 올려놓은 일류국가를 물려주자는 대통령의 각오가 담겨있다"며 아예 노력의 시한을 재임기간 전체로 확대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 연설(4일) 준비회의에서 "2010년은 집권 3년 차가 아닌 집권 한복판이자 임기 한복판"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정치상황에 으레 따라붙는 레임덕, 임기 말 권력누수 증후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일 게다. 이 대통령은 연말 헌정회 초청오찬에서 "정치를 오래 한 사람들은 임기가 1~2년 남으면 레임덕이 되니 내년에 열심히 하라지만, 서울시장을 퇴임하는 날에도 퇴임식 대신 오후 5시까지 결재하고 퇴근했다"며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소홀함 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임덕 뉘앙스가 없는 표현을 찾으려는 청와대의 고려는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말한다. 꽃이 피면 시들고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자연이든 권력이든 만고의 진리이니 말이다. 그러나 시들고 기우는 것을 늦추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 열쇠는 정부가 지난해 외교에서 거둔 성공의 지혜, 즉 존중과 신뢰를 내치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해 나라형세를 '방기곡경(旁岐曲逕ㆍ샛길과 굽은 길)'이라고 인색하게 평가했던 교수신문도 '강구연월(康衢煙月ㆍ태평하고 편안한 세상)'의 새해를 기대하지 않았는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