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그림강매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안 국장에게 금품을 건넨 7명 중 단 1명만 기소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복역 중인 사채업자에 대한 '릴레이 기소'(본보 구랍 28일자 12면)로 공소권 오남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번에도 일관된 잣대 없이 편의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가 지난달 초 안 국장을 기소하면서 제시한 그의 금품수수 혐의는 모두 7건이다. 안 국장은 5개 기업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ㆍ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뒤, 그 대가로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사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11억여원의 이득을 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기업체에게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와 관련해 조언을 해준 대가로 3억원을, 또 세무사에게 이 기업체를 소개해준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안 국장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형사처벌 된 이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홍씨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어 8억여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C건설 배모(53)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안 국장의 그림강매 의혹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무더기 불기소 결정에 대해 검찰은 "3개 업체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의 경우 돈을 제공한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2개 업체의 경우 "금액도 적고 먼저 그림을 사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정황도 없는 점 등의 정상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선수재의 상대 개념인 알선증재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검찰 설명대로 처벌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L토건과 M보험사가 제공한 금품의 경우, 안 국장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놓고도 공여자들을 처벌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뇌물수수와 뇌물공여는 '필요적 공범' 관계여서 함께 묶어 기소하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안 국장에겐 뇌물수수 3건을 적용해 놓고, 공여자는 한 명만 기소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뇌물죄는 전형적인 부패범죄인데, 이런 범죄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소하는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은 뇌물을 받은 공무원보다 뇌물을 건넨 쪽을 더 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뇌물범죄 처벌의 세계적 추세와도 반대로 간 느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검찰의 자의적 기소로 인해 오히려 유일하게 기소된 배 회장은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배 회장은 민주당이 폭로한 녹취록에서 안 국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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