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복수노조 허용을 1년6개월 유예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6개월 유예하는 이른바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중재안' 의 운명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하루 종일 요동쳤다.
한때 현행 노조법이 1월1일부터 시행돼 산업 현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듯 했으나 결국은 밤 11시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결단을 내리면서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일단락됐다.
이날 노조법 처리가 계속 표류했던 것은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가 환노위에서 넘어온 개정안 심의를 거부한데다 김형오 의장이 한나라당의 예상과 달리 직권상정 카드를 선뜻 꺼내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노조법을 전혀 다루지 않고 일찌감치 산회를 선언해버렸다. '1일 1회' 회의 개회 원칙에 따라 '법사위 통과→본회의 상정'의 정상 수순으론 법 통과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법 개정을 위해 남은 유일한 방법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예산부수법안 심사 기일을 지정하면서 노조법을 포함시키지 않을 때만 해도 김 의장의 의중은 '직권상정은 어렵다'는 쪽에 기울어 있었다. 김 의장측은 "재계와 노동계간 및 양대 노동계간, 여야 정당간 이견이 큰 사회관계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환노위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의 표결권이 박탈된 점, 1996년 노동법 날치기 개악의 교훈 등도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는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뒤늦게 비상이 걸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김 의장 설득에 나서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권은 "현행 노조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산업현장에 초래될 혼란이 클 것"이라는 논리로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고심하던 김 의장은 결국 연내 개정 시한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노조법을 비롯해 13개 법률안에 대해 1일 오전 0시30분까지 심사를 끝내달라"고 요구하면서 노조법의 직권상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날치기한 개정안보다 현행법이 차라리 낫다"며 직권상정 길을 택한 김 의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결국 '추미애 노조법'의 본회의 통과가 현실화하면서 현행 노조법 시행에 따른 혼란은 피하게 됐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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