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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美·日 중산층… 불황 앞에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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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美·日 중산층… 불황 앞에 등불

입력
2010.01.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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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 미국과 일본에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빈민계층이 점점 더 극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실업 및 부채로 한계상황에 몰린 중산층들마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 빈민층 지원사업 무료식권(푸드 스탬프)이 유일한 수입원인 무일푼 실업자가 약 6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미국인구중 현금수입이 '0원'인 사람들이 50명 중 1명에 달하는 셈이다. 31개주의 푸드 스탬프 수혜자 수입을 조사한 결과 18%가 최근 몇 달간 현금 수입이 전혀 없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는 푸드 스탬프에만 의존하는 실업자가 2년 동안 두 배나 증가했으며, 전국적으로는 50%가 늘었다.

현재로서는 푸드 스탬프가 미국 사회안전망(safety net)의 마지막 수단인데, 의존자가 크게 늘면서 미국 복지제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플로리다주 케이프 코럴에 거주하는 렉스 브리튼(22)은 매달 지급되는 200달러어치 푸드 스탬프와 장애아를 키우는 여자친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수입에 전부다. 매혈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는 렉스는 "푸드 스탬프가 없으면 우린 굶어 죽을 겁니다"라고 IHT에 말했다.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보수주의자들은'돈이 없어도,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는 정부 탓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존 린더(조지아주ㆍ공화당) 하원의원은 "정부 지원에 의존해 먹고 사는 걸 편하게 여기는 새로운 계급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도 사정이 비슷하다. 원래 피곤한 사람의 단기 휴식용으로 보급된 일본의 독특한 숙박시설 '캡슐호텔'이 빈곤층의 장기 거주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길이 2m 너비 1.5m 크기의 관(棺)처럼 생긴 플라스틱 상자를 겹겹이 쌓아놓은 캡슐호텔이 간신히 노숙자 신세를 면한 도시빈민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된 것이다.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의 한 캡슐호텔 지배인은 "주 고객이 취객이나 막차를 놓친 직장인이었는데 이제는 몇 달씩 묵는 가난한 장기 투숙자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호텔 300개 캡슐 중 100개는 실업자나 임시직 취업자들이 장기투숙하고 있으며, 정부는 최근 이들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캡슐호텔을 주소지로 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주기까지 했다.

급증하는 노숙자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노숙자가 1만5,8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구호단체들은 도쿄에만 1만 명이 넘고, 캡슐호텔이나 24시간 인터넷 카페, 사우나 등에서 밤을 보내는 사실상의 노숙자까지 합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20년간 지속된 장기불황으로 일본의 실업률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인 5.2%에 달한다. 소득이 국민 중위권 소득의 50%에 못미치는 인구를 의미하는 빈곤율도 15.7%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도쿄대 이시다 히로시 교수는 "고도성장기에는 생활수준이 고르게 향상되면서 계급의식이 희미해졌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계급문제가 다시 심각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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