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극장가도 한국영화로 들썩일 듯하다. 지난해 흥행 제왕의 자리에 오른 '해운대'의 뒤를 이으려는 야심에 찬 대작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진다. '포화 속으로'와 '황해' 등 1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들이 흥행 바통을 주고 받을 태세다. 한국영화 고전을 다시 만드는 '하녀'와 '만추' 등은 육신이 사라진 거장들의 영화혼을 이으려 한다. 과연 올해는 어떤 영화가 충무로에 돈바람과 신바람을 몰고 올까. 영화인 10명이 2편씩을 추천, 가장 기대되는 한국영화를 꼽았다.
'하녀' '황해' 기대감 가장 커
영화인들이 2010년에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 '하녀'와 '황해'였다. 영화인 10명 중 6명이 두 작품을 각각 택했다.
'하녀'는 고 김기영 감독이 1960년에 만든 동명 원작을 '바람난 가족' '그 때 그 사람'의 임상수 감독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한 가정부가 중산층 가족을 파멸시키는 과정을 스릴러라는 외피로 둘렀다. 전도연이 가정부로, 이정재와 서우가 송두리째 뿌리가 뽑히는 가정의 부부로 출연한다. 김진규, 이은심, 엄앵란 등이 출연한 원작은 1960년대 한국사회의 계급적 문제를 절묘하게 파헤쳤다는 분석과 함께 '가장 모던한 한국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3일 촬영에 들어갔고, 5월초 개봉 목표다.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원작인데다 프랑스 배급사도 벌써 결정돼 칸국제영화제 진출도 점쳐진다.
"원작과 달리 주인 여자보다 가정부가 더 나이가 많다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훌륭한 배우와 감독의 조합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전도연의 연기가 너무 기다려진다"는 게 영화인들의 평이다.
'황해'는 '추격자'로 한국형 스릴러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다. 청부살인을 위해 국내에 잠입한 조선족 남자(하정우)와 그를 살해하기 위해 투입된 또 다른 살인청부업자(김윤석)의 꼬리를 문 추격전을 펼친다. 지난해 11월 촬영에 들어가 올 하반기 극장가를 겨냥한다. "우리 옆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없는 사람 취급 하는 조선족 이야기라 관심이 간다" "나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추격자'의 감독과 두 배우가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잘 될 듯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도 기대작
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4표를 얻어 '하녀'와 '황해'의 뒤를 이었다. 윤태호 원작의 동명 인터넷 연재만화를 밑그림으로 한 '이끼'는 강 감독이 1991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이후 19년 만에 도전하는 스릴러. 수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폐쇄적인 한 농촌 마을의 살풍경한 모습을 그린다. "대중적 친화력이 대한민국 최고인 강 감독의 작품" "복잡다단한 원작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낼까 매우 궁금하다" "강 감독이 의외의 소재를 선택했기에 결과가 기다려진다" 등이 선정 이유였다.
'아열대의 밤' '의형제' '포화 속으로' '작은 연못'은 각각 1표를 얻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민식이 연쇄살인범을 쫓는 가장으로 출연하는 '아열대의 밤'은 "김지운 감독의 개성있는 색깔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 남북한 정보요원의 대결을 담은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의 신예 장훈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요인이 각각 작용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사건을 그린 '작은 연못'은 "민중의 입장에서 만든 전쟁영화"라는 호감 표시가 있었고, '포화 속으로'는 "'내 머리 속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이 지닌 서정적 감성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가나다 순)
김난숙(영화사 진진 대표), 김무령(반짝반짝영화사 대표), 박은경(쇼박스 한국영화투자기획팀장), 심보경(보경사 대표), 이유진(영화사 집 대표), 이진훈(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팀장), 지미향(아인스 M&M 부사장), 채윤희(올댓시네마 대표), 채희승(미로비전 대표), 최준환(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사업본부장)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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