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을 계기로 미 정보기관들 사이의 이전투구식 주도권 싸움과 이들을 조정할 콘트롤 타워 부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의 과거 행적과 그의 '잠재적 테러 가능성'이 중앙정보국(CIA) 등에 보고됐으나, 결과적으로 테러기도를 막지 못한 것은 정보기관들 사이의 권력암투가 근본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9ㆍ11 테러 이후 신설된 국가정보국(ODNI)을 정점으로 16개 정보기관으로 재편된 정보조직을 다시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일까지 제출토록 요구한 이번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정보기관장의 문책을 포함한 정보기관 개편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게 언론들의 분석이다.
비판이 집중되는 곳은 ODNI 산하의 국가대테러센터(NCTC). 대테러 정보를 전담하기 위해 2004년 신설된 NCTC는 여러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통합, 분석한 뒤 이를 정책으로 옮길 지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대테러 브레인'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이앤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용의자가 탑승금지 리스트에서 빠지고, 미 비자를 버젓이 갖고 다닌 것은 대테러 정책이 제한적이었다는 증거"라며 청문회를 통해 이를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화당 마이클 캐슬 하원의원은 NCTC를 직접 지칭하며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보공유 문제는 의회가 1955년 CIA로 하여금 여러 정보기관들의 조정역할을 하도록 권고한 이후 수십년 동안 제기된 고질적 사안이다. 16개 정보기관 중 절반인 8개를 산하에 두고 정보예산의 대부분을 장악했던 국방부가 'CIA 수장론'에 노골적으로 반발한 때문이다. 특히 전화 및 이메일 도ㆍ감청 업무를 수행하며 전세계 광범위한 통신 정보망을 갖고 있는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은 CIA 관할 밖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해 왔다.
여기에 9ㆍ11 테러 이후 ODNI를 CIA의 상위조직으로 규정한 새로운 정보체제가 출범하면서 ODNI, CIA, 국방부 간 주도권 다툼은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됐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DNI)과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이 인사 및 지휘계통 문제로 충돌하자 백악관이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블레어 국장은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과 관련한 성명에서 정보공유가 "급속히 향상됐다"면서도 "여전히 간극은 남아있다"고 해 용의자에 대한 CIA의 정보가 상부까지 보고되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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