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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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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길

입력
2010.01.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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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길이다. 2010년을 시작하며 걸어온 길에 먼저 절을 한다. 진정한 순례자라면 길을 떠나기 전에 지난 온 길에 감사의 경배를 드리는 법, 그 길이 험난하고 지치고 힘든 길이었다 해도 내 발로 걸어온 길이었기에, 내 몸으로 지나온 길이었기에, 고맙고 눈물겹고 위대한 길이 아니었던가.

자, 이제 길을 떠날 시간, 또 한 해의 짐을 지고 떠날 시간, 이 길 또한 축복이 아닌가. 한 해를 걷는다는 것은 새로운 365일을 걷는 일, 8,760시간을 걷고 52만 5,600분을 걷고 31,53만 6,000초를 걷는 일. 길 위에 선 사람에게는 누구나 평등하게 나눠주는 시간의 선물, 다 쓰고 나면 새해 새 아침 어김없이 채워주는 하늘의 주머니. 이 시간들을 나보다 남을 위해 쓰게 하소서. 햇살보다 그늘을 위해 쓰게 하소서. 기쁨보다 슬픔을 위해 쓰게 하소서. 웃음보다 눈물을 위해 쓰게 하소서. 모든 시간과 분과 초가 사랑으로 걸어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해의 마지막 남은 그 1초 위에 섰을 때 내가 나에게 감사하게 하소서. 한 해의 백지 위에 풀씨 같은 기도문을 적으며 길을 시작한다. 거대한 바다의 완성도 한 방울의 물로 시작했으니, 나의 첫 발자국이 내 나머지 길의 향기와 색깔을 만들 것이니, 오늘은 뜨거운 가슴으로 길 위에 서자.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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