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간 이어진 투자 위축의 영향으로 제작 편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 바람에 돈 벌 것같은 영화에만 투자가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져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이 약해지진 않을까?
영화 관계자들이 2010년 한국영화를 전망하면서 하는 걱정이다. 지난해 한국영화가 3~4년 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올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그런 상승기류의 지속 가능성을 회의하는 시선이 엇갈리는 편이다.
낙관할 만한 풍경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과 최고 흥행 감독들의 귀환이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 왕년의 명배우 윤정희가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올해 개봉한다. '달빛 길어 올리기'는 한지를 소재로 한 영화로 강수연과 박중훈이 주연을 맡았다. '시'는 생활보조금으로 살면서 딸이 맡긴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여성이 문학 강좌를 들으며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되는 이야기다.
1,000만 관객 신화를 쓴 '실미도'의 강우석,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나란히 신작을 내놓는다. 강우석 감독의 스릴러 '이끼', 이준익 감독의 사극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강제규 감독의 전쟁영화 '디데이'가 대기 중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디데이'는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장르별로는 전쟁영화와 스릴러가 많아 남자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에 맞춰 개봉하는 '포화 속으로'(감독 이재한)를 비롯해 제2 연평해전을 다룬 두 영화 '아름다운 우리'(감독 곽경택)와 '연평해전'(감독 백운학), 옛날 영화 '빨간 마후라'의 속편 격인 '빨간 마후라 2' 등 올해 충무로가 준비하는 전쟁영화는 7편이나 된다. '포화 속으로'의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 '디데이'의 장동건 등 남자 스타들이 출연한다. 스릴러 영화도 '아열대의 밤'의 최민식, '아.저.씨.'의 원빈, '파괴된 사나이'의 김명민 등 남자 배우들을 쓸어갔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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