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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판도라 행성과 지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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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판도라 행성과 지구별

입력
2010.01.0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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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가 잇따라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개봉 3주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외화 흥행 1위인 <트랜스포머2> 의 743만 명을 넘어 1,000만 명 돌파도 점쳐지고 있다. 세계적 흥행 대작 <타이타닉>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도 한국에서는 역대 흥행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아바타> 는 새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바타> 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7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둬 들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자신이 만든 <타이타닉> 의 18억 달러 흥행 기록도 깰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바타> 에서 지구인들(행성인들은 '하늘에서 온 사람'으로 부른다)이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최후 공격을 하는 곳은 '생명의 나무'가 있는 지점이다. '생명의 나무'는 뿌리를 통해 행성의 모든 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땅속 뿌리(rhizome)는 서로 얽히고 소통하면서 개체 융합된 모습으로 행성의 균형을 잡고 있다. 그 중심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행성의 자연을 통제하는 초자연적 존재가 '에이와'다.

쫓기고 쫓기다 '생명의 나무'에 이른 원주민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에이와'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때 누군가가 "에이와 님은 절대 어느 편을 들지 않아. 균형을 잡을 뿐이야"라고 얘기한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원주민이나 자원을 침탈하려는 지구인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행성의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에이와'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들이 싸우든 함께 살든 개의치 않지만 '생명의 나무'가 공격받자, 연결된 뿌리는 소통을 통해 행성의 모든 식물뿐 아니라 동물까지 동원하여 행성의 자연계를 복원하는 쪽으로 힘이 작용한다. 익룡을 타고 화살을 쏘며 대항하는 행성인들도 자연의 힘이 더해지자 가공할 무기와 화력을 가진 지구인들을 패퇴시킬 수 있었다. 몇 년 전 상영된 <우주전쟁> 에서 가공할 능력과 무기를 갖춘 외계인(이들도 하늘에서 왔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패퇴한 장면이 연상됐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에도 '에이와'와 같은 존재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그 존재를 '가이아'라고 한다.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등을 자체의 힘으로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쓰나미, 태풍, 지진, 홍수 등 무시무시한 자연재앙이 일어나는데 이를 '가이아의 복수'라 칭하기도 한다.

영화 <아바타> 가 주는 교훈은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과잉배출, 분별없이 자행되는 탐욕적인 개발, 자원의 남획 등은 일시적인 풍요를 주는 듯하지만 종국에는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인간에게 안긴다. 왜냐면 숲과 바다, 모든 자연은 순환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자연은 대재앙으로 맞설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소통이다. 소통하면 갈등이 없다. 큰 힘을 낼 수 있다. 새해 벽두에 한국 정치에 필요한 덕목을 찾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의 높은 분들이 <아바타> 를 봤으면 한다. 비단 정치뿐 아니라 경제, 문화, 종교, 사회 분야에서도 상하 간, 계층 간, 조직 간에 소통이 절실하다. 소외된 사람, 외국인 이주민들과도 소통이 필요하다. <아바타> 에서 '사헤일루'라는 촉수로 식물과 동물, 그리고 상호간에 교감하는 것처럼.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소통하여 판도라 행성처럼 아름다운 지구별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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