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을 적용해 기소하는 바람에 피고인이 면소(免訴) 판결을 받는 일이 생겼다. 그런가 하면, 피의자를 공소시효가 지난 뒤 기소해 역시 면소 판결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법 적용을 잘못하고, 늑장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이규진)는 은행대출을 알선해 주고 3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로 기소된 전 P상호저축은행 노조위원장 A(45)씨에게 면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범죄시점이 2004년 1월이라 2007년 개정 이전의 옛 특경가법상 가중처벌 조항의 적용을 받는데, 이 조항은 2006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시효 5년인 일반 처벌조항을 적용하면 A씨의 공소시효는 지난해 1월 완성되는데, 검찰은 그 10개월 뒤에야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헌재 결정은 수수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가중처벌 조항이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내린 한정 위헌인 만큼, 수수액이 1억원을 넘는 A씨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늘어나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재 결정은 단순위헌 취지이며, 해당 법률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도 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소된 산업은행 전 직원 B(43)씨에게 면소 판결했다.
B씨는 2002년 7월 일본계 은행이 4,500만 달러의 산업은행 대출을 받도록 해주고 15억원을 챙기고, 대출담당자에게 4억여원을 제공한 혐의로 산업은행에 의해 2006년 12월 형사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B씨는 이미 3년 전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였다. 검찰은 B씨를 기소중지 처분했다가, B씨가 귀국한 지 14개월이 지난 2008년 11월에야 기소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적용된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및 증재의 공소시효(각각 5년)는 2007년 7월과, 2008년 8월 완성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B씨가 도피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검찰이 B씨에게 귀국요청도 하지 않았고, 귀국한 뒤에도 시효가 남아 있던 증재 혐의를 제때 기소하지 않았다"며 늑장수사를 꼬집었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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