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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허 방침 불구 원정출산 유혹하는 브로커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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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허 방침 불구 원정출산 유혹하는 브로커 활개

입력
2010.01.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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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에 그런 업체 없어요." "여기 있다던데." "잘못 들었겠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A원정출산업체 B브로커와 만나기로 했던 지난달 27일 낮. 기자가 약속장소인 서울 삼성동 모 빌딩에 도착했지만 건물 관리인은 업체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어리둥절해 할 사이도 없이 기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층으로 오십시오." 스파이 접선을 방불케 하는 스릴감이 머리 끝을 지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마중 나온 직원을 따라가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로비에 벌써 30대 부부 한 쌍이 대기 중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직원의 안내로 로비 옆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뒤 기자를 포함해 3명에 대한 상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옆 부부가 개정 국적법의 이중국적 관련 질문을 쏟아내자 브로커는 이중국적을 누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시종일관 자신만만해했다. "고의적인 원정출산 경우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고의적인 원정출산인 줄 알 게 뭡니까." "그래도 법이 바뀌면 이중국적 얻지 못하는 거 아녜요?" "정부가 백날 법을 바꿔도 미국 시민권은 어디 안 가요."

정부가 최근 이중국적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고의적인 원정출산은 배제하는 내용으로 국적법을 개정키로 했지만, 원정출산 브로커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특히 이중국적자가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워 상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강남 일대에서는 A업체 외에도 10여 곳의 원정출산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들이 최근 주로 알선하고 있는 원정출산지는 괌이나 사이판이다. 가격은 체류기간 임산부의 숙소 수준 등에 따라 4~5개 등급으로 나뉘어 1,500만~3,000만원 선. 출산에서 현지 출생신고, 사회보장번호 수령 등 출생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괌의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B씨도 "괌은 LA 등 미국 본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출입국 심사 등이 다소 느슨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괌 현지 여행사 관계자인 박모(42)씨는 "괌에 원정출산업체가 두 곳이 있는데, 한 업체 경우 매달 20명 가량의 원정출산자를 받는다"고 말했다.

브로커 B씨는 원정출산의 이득으로 "향후 유학비용과 비교하면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미국 국적이 있으면 미국에서 초중고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어 외국인 신분으로 조기 유학 가는 것 보다 훨씬 싸다. 유학을 안 보내더라도 국내에서 외국인학교를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

브로커 B씨는 이중국적을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했다. 정부가 최근 국적법 개정을 통해 일부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면서도 고의적인 원정출산은 배제키로 했지만 이 같은 법 개정은 남의 일인 듯했다.

다름 아니라 처음부터 이중국적을 신고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였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출생과 함께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 '국민처우'나 '외국인'신분 중 하나를 택해서 등록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출생한 것처럼 신고하면 국내에선 대한민국 국민으로, 미국에선 미국시민으로 한 평생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출생신고 때 친구 등을 데리고 가서 집에서 출산했다고 하면 동사무소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며 "행여 이중국적으로 적발되더라도 약간의 벌금만 물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이중국적을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고되지 않은 이중국적자가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 브로커 B씨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원정출산도 하고 법도 만드는 만큼 언젠가는 원정출산도 이중국적이 공식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하루에만 원정출산 상담을 열 건도 넘게 받아 너무 바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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