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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신한카드 고객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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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신한카드 고객봉사단

입력
2010.01.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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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빚기, 밥 하기, 반찬 만들기, 김장, 도배, 장판 깔기, 모기장 달기, 배달하기, 이야기하고 듣기, 놀아주기….'

따지면 더 많다. 어지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 그러나 덥석 아무나 나설 수 없는 큰 활동이다. 그것이 봉사다. 누군들 측은지심이 없을까. 다만 기회가 없고 일상에 치인다는 변명의 무게로 짐짓 눌러두기 일쑤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뭉쳐 벌써 3년 가까이 봉사를 하고 있다. 하는 일이 제 각각이니 직장에서 멍석을 깔아준 것도 아니고, 그 흔한 동아리나 자선단체에서 인연을 맺은 것도 아니다.

유일한 공통점은 같은 신용카드를 쓴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카드연체의 늪에 빠져 카드사에 코가 덜컥 꿰인 걸까, 마치 사회봉사명령처럼 노역으로 빚을 갚는 걸까.

'신한카드 고객봉사단'이란 생소한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는 직장인들을 만났다. 마침 동네(서울 홍은동 일대) 어르신들을 위한 김장이 한창이었다. '박혜선(41) ㈜코파산전 대표, 박종현(29) 육군71사단 중사, 정순일(31) 프로그래머'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봉사 개시가 1시간이나 남았지만 행여나 늦을까 봐 안절부절이었다.

-하고많은 관련단체 중에 하필 카드사를 골랐나.

정: 직장에서 하면 의무감이 생긴다. 어느 부서 몇 명, 어느 팀은 무슨 일 식으로 할당이 떨어지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봉사하면서도 눈치가 보인다. 낯선 사람들 틈에 있으면 봉사활동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박 중사: 정기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업이라 엄두를 못 냈다. 동료 따라 왔는데, 이곳에선 부담을 주지 않았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시간이 허락할 때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박 대표: 이벤트 성격의 봉사가 싫었다. 늘 특별한 걸 쫓고, 거대한 업적을 쌓으려는, 그래서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는 몇몇 단체의 행태가 지겨웠다. 만약 이곳(신한카드)도 그런 속내를 품었다면 고객을 볼모로 삼아 사방팔방 봉사한답시고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2년 가까이 한곳(홍은종합사회복지관)만 집중하는 모습이 미더웠다.

-혜택, 혜택 하는 곳이 카드사인데, 포인트적립 같은 남모를 혜택은 없나.

박 대표: 오히려 내 포인트가 나간다. 봉사를 하다 보면 더 주고 싶어진다. 1,000포인트라 해봐야 나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푼돈에 불과하지만 그게 모이고모이면 큰 힘이 되겠다 싶어 포인트 기부도 하고 있다.

정: 난 받는 게 있다(진지). 수강료 없이 천연비누도 만들어보고, 요리도 배울 수 있으니 남는 장사다. 재미와 보람까지 덤으로 얹어주니 대가는 톡톡히 받는 셈이다(웃음).

박 중사: 사실 물질과 시간은 소모된다고 봐야 한다. 대신 주위에서 표정이 밝아졌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훈훈하다.

신한카드는 2007년 3월부터 매달 4주차 토요일(일명 놀토)마다 고객들과 함께 봉사에 나서고 있다. 34명으로 출발해 현재 60명으로 불었지만 다 나오는 건 아니다. 형편 닿는 대로, 맘이 이끄는 대로 나온다. 동행하는 신한카드 직원도 그저 함께 봉사하는 구성원일 뿐이다. 음식을 나누는 봉사를 하다 운 좋게 남으면 그날이 바로 봉사단의 회식 날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감동을 많이들 얘기하는데.

정: 도배하고 장판 까는 일에 무슨 감동이 있겠나. 목이 뻣뻣하고 허리도 아프다. 그런데도 참 묘하다. 친구 결혼식은 안가도 봉사활동은 꼭 챙기게 된다. 같이 땀 흘렸던 사람들이 보고 싶고, 지난번엔 나를 꺼렸던 아이가 이번에 만나면 꼭 친해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박 중사: 그렇다. 첫 봉사가 아이들과 눈썰매장 가는 거라 쉽게 여겼는데, 정말 힘들었다. 한번 우르르 왔다가 영영 오지 않는 봉사자가 많아서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피한 거였다. 두 번, 세 번 만난 뒤에야 마음을 열더라.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박 대표: 한가위 때 송편을 만들어 달동네를 누볐다. 숨이 차는 게 안쓰러웠던지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오랬다. 송편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물에 젖은 벽 위로 바퀴벌레들이 주르르 기어가더라. 복지관에 사정을 설명한 뒤에 수리했다. 직접 만나면 그렇게 새로운 나눔이 또 생긴다.

-남들은 바빠서, 혹은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는데.

박 중사: 그래서 이 낯선 조직이 맘에 든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자꾸 '얻는 게 뭐냐'고 묻는데, 없다고 답한다. 꼭 있어야 하나. 그저 주말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겼으면 좋겠다.

박 대표: 매주 교회 다니고, 골프 치러 다니는 건 바빠도 하지 않느냐. 봉사도 일상의 연속이다. 시간을 비워놓고 베푼다고 여기면 못한다. 내가 즐겁기 위해 하는 일이다. 아주 가까운 곳부터, 정말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정: 방법을 모른다는 건 핑계다. 아마도 어디든 봉사단체에 엮이는 게 싫은 탓이 클 것이다. 귀찮고 부담스러우니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곳만 해도 행여 이용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늘 직원이 아니라 '고객'임을 강조한다.

신한카드 고객봉사단은 봉사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모임으로 디자인됐다. 반응이 좋아 고객만족의 또 다른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복지재단은 이 특별한 봉사단을 '2009서울복지대상' 기업 사회공헌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이들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사회생활의 교감"(박 중사) "일상의 한 부분"(박 대표) "세상을 향한 최소한의 보답"(정) 등 일면 진중하고 차원 높은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봉사자들 틈으로 섞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김장을 담그기 위해.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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